11화 여름방학 첫날
여름방학 첫날이다.
삼복더위 찜통더위에 쉬는 시간마다 수돗가에 달려가 목덜미까지 씻어도 금방 땀범벅이 되곤 하였다.
고무줄놀이도 안하는데 교실가득 땀냄새로 가득 차고 땀띠가 올라와 긁적이면 손톱에 까만 때가 묻어나왔다.
여름방학은 모두의 환호로 시작할 수 밖에.
성수는 큰아버지한테 선물받은 <로빈슨크루소>에 빠져 더위도 시간가는 줄로 모른다.
은수언니랑 같이 읽으라고 사주셨는데 성수가 독차지한 책이다.
엄마가 들려주는 호랑이가 담배피던 시절 옛날이야기 보다 재미있고 혼자서도 읽고 상상할 수 있어서 좋다.
읽어도 또 읽어도 감동이다.
방문과 뒤란으로 통하는 문을 모두 열어 맞파람이 불어 선선하게 해놓고 벌러덩 드러누워 뒹굴뒹굴 동화책을 읽다니 꿈의 여름방학 첫날이다.
뒤란 장독대 주변에 흐드러지게 핀 채송화 맨드라미 분꽃 나팔꽃이 참 예쁘다.
‘후두둑 후두둑’
뒤란 흙이 패이게 빗방울이 떨어진다.
꽃잎에도 빗방울이 떨어진다.
빗방울을 머금은 꽃잎은 더 진한 색을 뿜어 낸다.
은수언니는 맨발로 달려나가 장독뚜껑을 덮느라 정신이 없다.
햇볕에 익으라고 열어둔 된장 고추장 간장 항아리에 빗물이라도 들어가면 장맛이 변한다고 이리저리 뛰는 은수언니는 신발도 신지 못한 채다.
‘빨래’
성수는 부리나케 앞마당 빨랫줄에 널어둔 빨래를 걷었다.
축축하게 젖은 것이 비가 개면 다시 헹궈서 널어야 할 판이다.
‘비맞은 생쥐가 이 모양이겠구나’
서로의 모습에 웃음이 났다.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나란히 앉아 옷과 머리를 말린다.
한바탕 난리치고 나니 시장기가 돈다.
부뚜막에 나란히 앉아 찬밥에 늙은오이 무침 고추장 들기름 넣어서 슥슥 비벼서 먹는다.
입술이 빨개지도록 먹는다.
자매의 애틋함도 함께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