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 한수의 뗑깡
교실로 들어온 성수는 맥없이 자리에 앉았다.
오늘도 한바탕 한수의 뗑강받이를 하고 교실로 들어오니 힘이 쭉 빠진다.
여덟살이 된 한수가 국민학교에 들어온 것이 성수를 참 버겁게 한다.
6학년이 된 언니 은수는 중학교시험 준비로 바빠서 한수의 뗑깡받이는 오롯이 성수 몫이다.
한수의 뗑깡은 시도 때도 없다.
특히나 학교 안간다고 뗑깡부리는 것은 만만치가 않다.
수틀리면 책가방을 논바닥에 패대기쳐 책이며 가방이며 다 젖게 만들기도 한다.
딸들은 책보자기 가지고 다니게 하면서 귀한 아들이라고 한수에게만 사준 비싼 가죽가방이다.
논바닥에 패대기친 가죽가방을 꺼내 옷소매로 닦고 치맛자락으로 닦아도 흙탕물에 젖은 가방과 책에는 흔적이 남는다.
성수는 동생 잘못 보았다고 야단맞고 성질머리 고약한 한수는 응석만 받아준다.
신발 벗어 내동댕이 치고 그냥 교실로 들어가 버리는 일은 허다하고
한수의 신발까지 챙겨 신발장에 넣어주고 나면 성수는 부화가 치민다.
교실 안들어간다고 현관 문짝을 붙들고 버티면 자그마한 몸집에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지 진땀을 뺀다.
오늘도 한수의 뗑깡에 진땀을 뺀 성수는 자리에 앉아 힘없이 학용품 정리를 한다.
오늘 배울 것을 차례로 책상속에 가지런히 정리한다.
공책은 아껴서 써야 해서 칸이 그려진 곳보다 위 아래로 더 줄을 긋고, 누렇게 딱딱한 겉표지 안쪽에도 반듯하게 줄을 그었다.
연필도 적당히 모양있게 깎아 빙빙 둘러보아도 똑 고른게 보기가 좋다.
부화가 사그라들지 않은 성수는 여느때처럼 연필도 예쁘게 깎아지지 않는다.
아무리 생각해도 불공평하다.
딸은 살림밑천이라고 집안일, 동생돌보기, 잔심부름 온갖 일 다 시키고,
동생이 다쳐도 성수 탓, 동생이 못해도 성수 탓, 응석받이로 자란 아들의 뗑깡도 모두 성수몫이다.
‘이렇게 살 순 없어.’
벌떡 일어난 성수는 1학년 교실로 간다.
교실 문을 휙 열고 차가운 목소리로 한수를 불러낸다.
천연덕스럽게 나온 한수가 서슬퍼런 성수의 얼굴표정을 보고 멈칫한다.
“따라와.”
쓰레기소각장과 난로피울 때 조개탄 받으러 가는 창고옆으로 한수를 데리고 간다.
화장실 옆은 보는 아이들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벌개진 얼굴로 두 손에 주목을 꼭 쥐고 부르르 떨면서 한수를 쪼아본다.
“왜, 왜, 왜애애......”
평소에 못보던 험한 분위기에 눌린 한수는 큰 눈에 두려움이 그렁그렁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울먹인다.
“앞으로 또 뗑깡 부리면 가만 안둘거야. 누구한테 이르면 그땐 진짜 진짜 가만 안둘거야.”
또박또박 서슬퍼런 경고를 한다.
잔뜩 주눅이 든 한수가 분위기에 질려서 끄억끄억 소리도 못내고 고개만 마구 끄덕거린다.
한수의 무조건 항복선언을 받아내고 교실로 돌어온 성수는 차분하게 앉아 아침자습 글씨쓰기에 정성을 다한다.
“성수처럼 이렇게 정성 들여서 예쁘게 써보세요.”
선생님은 천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