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의 작은 성과들
2024년 12월 3일 그날 이후 갑자기 2026년이 되어버린 것 같다.
그때는, 그렇다고 내가 그 상황을 변화시키려 특별한 무언가를 하지는 못했지만 자꾸만 엄습해 오는 불안감 때문에 일상에 집중하지 못하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예술을 해보겠다며 여기저기 기웃대던 것들도 다 부질없게 느껴졌고 내가 사랑하는 우리나라의 미래는 더 이상 없어 보였다. 관심도 없던 정치를 논하는 여러 채널을 찾아보고 매일 기도하며 그래도 대한민국은 무너지지 않으리라 실낱같은 희망을 찾으려 했었다. 감사하게도 처음부터 자격 없던 자의 탄핵과 이어서 진행된 조기 대선으로 새로운 국가 지도자가 탄생했고 차츰 내 공간도 서서히 안정되어 갔다.
다시 노래하고 춤을 추기 시작했다. 특별한 재능도 없고 정식 직업도 아니지만 매주 모여서 연습하고 그렇게 하다 보니 2025년에 내가 여러 무대에 올랐더라. 가족들이 보기에 시간 낭비, 돈 낭비 같아 보이는 활동들이 과정 과정에 작은 마침표를 찍고 있었다.
예전부터 내 목소리가 담긴 앨범을 내고 싶었지만, 비용도 만만치 않고 누구 하나 찾아 듣지 않는 것을 자신의 만족을 위해 만들어야 하냐는 가까운 누군가의 쓴소리로 그 바람은 이뤄지지 않고 허공에 흩어지는 상념일 뿐이었다. 그런데 밴드 멤버들이 마음을 모아서 디지털 싱글이 냈다. 처음엔 무리하지 말고, 디지털 음반 생태계만 알아보자는 마음으로 각 악기의 연주를 녹음하고 내 목소리를 넣었기에 아주 좋은 녹음 품질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 밴드의 이름과 노래가 음원 사이트를 통해 검색되고 재생이 되는 것은 은근히 뿌듯한 일이었다. 다음에 더 좋은 곡과 연주로 발전된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도전 의식도 생기고 말이다.
https://open.spotify.com/track/0lk5IZQQKlMX6seM1dQLeQ?si=17dff66141f6409d
또한 두 번의 작은 무대에 올랐다. 2025년 10월 말, 밴드 합주실 주인이 주관하는 소규모 공연에 우리 팀도 같이하겠냐고 연락이 와서 연습량이 많이 부족한 상태로 무대에 올랐었다. 팀 결성한 지는 날짜로 1년이 넘었지만, 밴드 멤버 각자의 본업과 가족 행사 등으로 실제 합주한 날이 총 스무날도 안 되는 상황에서 아쉽지만 그래도 잘했다고 서로를 다독여주며 공연을 마쳤었다.
첫 공연 후 두 달 뒤, 또 다른 공연 기회가 찾아왔다. 처음 공연을 본 어떤 밴드 연합회에서 그들의 정기연주회에 함께 하자는 것이었다. 그렇게 12월 공연을 하게 되었다. 처음과 같은 곡 레퍼토리지만, 첫 공연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돈을 내고 무대에 오르는 것이지만, 마음만은 프로처럼 준비했고 가사도 열심히 외우고 신생 밴드 같지 않게 노련하고도 멋지게 공연을 하려고 노력했다. 공연 주최 측과 환경 모든 것이 다 매끄럽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최선을 다했으며 물론 여전히 작은 실수들은 있었지만 처음 공연보다는 나아졌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서로를 칭찬했다. 작년 말 공연이 끝난 직후엔 멤버들 모두가 들떠서 공연 영상을 모니터링하고 다음 공연과 다음 싱글에 대한 논의를 활발히 했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지금은 역시나 생업으로 인해 합주는 향후 몇 달간은 이뤄지지 않을 예정이다.
24년 12월 어처구니없는 비상계엄으로 내 일상이 무너졌었음에도 (어쩌면 코로나 시기보다 심적으로는 더 우울했던 것 같다) 그동안의 노력이 의미 있는 결과들을 낳았고, 그다음을 또 기약하게 되었다.
2026년 구정을 막 쇠어서 새해의 활기와 기대가 충만한 지금, 나는 요가와 재즈댄스로 신체를 재활하고 성가대와 밴드로 소리 연구에 한창이다. 나이를 한 살 한 살 더 먹다 보니 뜻 모를 조바심도 점차 옅어지고 지금처럼 작은 것이라도 조금씩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해내는 것만으로도 기쁨을 느끼도록 변하는 것 같다. 나와 내 주위 사람들이 함께 행복하게 지내는 게 올해 작은 소망인데 그 안에 내 노래와 춤이 곁들여진다면 더 좋지 않을까 싶다.
https://www.youtube.com/@freshflowerband
또 1년 만에 돌아온 브런치.
게으른 저의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사랑을 전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