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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my Shin Jul 13. 2022

BE MY FAN

원함. 좋아함. 솔직함.

 취미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활동을 한다.

소극적으로는 음악 감상, 독서, 맨손체조, 달리기 등... 큰돈을 들이지 않아도 되는 것에서부터 보통 문화생활이라는 타이틀이 붙게 되면 비용을 지출하게 된다. 마음에 드는 물건을 수집하기도 하고 맛집을 찾아다니기도 하고 좋아하는 극이나 노래를 보기 위해 공연을 예매하고 유명인의 발자취를 따라 밟기도 한다. 보통 지출이 동반되면 입덕 했다는 표현을 쓰게 된다. (입덕: 入덕, 덕=일본어 오타쿠를 오덕으로 발음하면서 파생됨)


 나 000을 좋아해. 나 000의 팬이야.라는 말을 쉽게 하는 시대가 되었다. 누구의 팬이라는 것이 큰 흠이 되지 않고 오히려 생활의 활력을 주는 매개체가 되는 시대.

 빈부격차, 자신의 처지를 일찌감치 깨달은 아이는 원하는 것을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고 자랐다. 예쁘고 고운 디자인적 요소가 듬뿍 가미된, 그래서 다른 물건보다 예쁜 값을 더 치러야 하는 것들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다. 실용성, 기능적으로 문제가 없는 것만이 구매 대상이 될 뿐이었다.

 그러나 세상에 지고 싶지 않던 아이는 지독한 나르시시스트가 되어 '내가 제일 잘 나가'를 시전 하게 된다. 그가 인정하는 가수는 마이클 잭슨 정도? 특히 국내 가수나 배우들에게서는 자꾸 흠을 찾아내게 되고 상상 속의 본인이 상상의 나라를 평정하고 있다.


 펜 한 자루를 사려해도 수많은 고민을 품어야 했던 그. 그가 속한 여러 환경 속에서 지치고 힘들고 우울감을 겪고 있던 그때! 혜성같이 눈에 들어온 그룹이 있었으니 바로 '방탄소년단'이었다.

 2018년 이미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던 그룹이지만 머글(연예인을 잘 모르는 부류, 해리포터에서 단어가 차용됨)에게 그들은 그냥 길거리 지나가다가 한 번쯤은 들어본 노래 정도로 인식되었었다.

 검색의 달인인 나는 회사에서 일은  하고 그들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연예인을 알아보는  자체가 시간 낭비,  낭비라는 생각으로 일생을 보냈는데 그때  그랬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그러다가 유튜브 알고리즘에 의해 2014 해외 공연을 보게 된다. 데뷔한  얼마  되는 햇병아리들이   외국 땅에서 메인 게스트도 아닌 상태로 좌중을 압도하는  모습에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내가 바라던 노래, , 멋짐, 남자들의 우정(?) 같은 것이  공연에 압축된 듯했다.     방탄 파헤치기는 가속화된다. 특유의 성실성으로 바이오그래피, 데뷔 이후의 일정들을 파악한  다음 포털사이트에 있는 팬카페에 가입하고 등급시험을 치른다.  번의 고배를 마시고 정회원이 되었다. 이쯤 되니 실제 공연이 궁금해졌다. 신기루처럼 사라질 공연 관람에 돈을 내고  생각을 한다니 미쳤었나 싶기도 하지만 그땐 온갖 스트레스로 정말 그랬던  같기도 하다. 한국에서 하는 공연은 이미 끝났었고    있을 해외 공연의 티켓팅이 예정되어 있던 시점이었다. 겁도 없이 티켓팅을 시도하고 자리를 예약했다. 홍콩, 태국. 놀러도 가보지 않은  나라를 콘서트 하나 보겠다고 덜컥 잡아버렸다. 비행기 타고 가서 보고 느낀 공연장은 어땠을까?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맛을 안다고. 너무나 어색하고 낯설고 남들은 저렇게 즐기는   나는 온갖 상념에 사로잡혀 있는가를 느끼고 왔다고 보면 정답이다. 역시나 나를 표현하고  욕구를 드러내는 것에 익숙지 않은 상태였다.  후로 티켓을 얻게 되면 무조건 공연장엘 갔고 방탄 7명이 만든 모든 영상매체를  섭렵하였지만 내 자신을 다 내려놓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나마 조금은 익숙해져서 소리를 지를  있게 되었다. 노래 중간중간, 멤버의 멘트들 사이에 아악!!! 하고 소리를 지른다.


그들을 보면서, 특히 '달려라! 방탄'이라는 자체 콘텐츠를 보며 입가에 웃음을 띠고 있는 날 발견하다가도 결국 내가 깨닫게 된 것은 이것이다. 나는 내가 노래하고 춤을 추는 것을 좋아하는구나. 좁은 객석 자리가 아니라 넓은 무대를 종횡무진하는 내가 보고 싶은 거구나하는 것이었다. 늘 춤추고 노래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지냈다. 집에서는 시도 때도 없이 노래하고 춤을 추지만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는 그럴 수가 없었다. 소심하여 남들의 평가를 받기가 두려웠고, 자신을 뽐내는 연예인은 우상화의 덫에 빠질 수 있다는 종교적 가르침 때문이기도 했다. 상상 속에서는 해외투어 하고 있고 이어폰만 꽂으면 서 있는 모든 곳이 댄스 플로어로 바뀌지만 아닌 척 지내야 했다. 지하철을 기다리는 동안 이어폰을 끼고 있는 그 시간이 제일 견디기 힘들다. 진짜 너무너무 춤을 추고 싶은 순간이다.


 한동안은 방탄 노래만 즐겨 들었다. 출퇴근하며 홀로 운전하는 차 안에서 방탄이 발매한 모든 곡을 들었다. 풋풋하고 독기 가득했던 아이라인이 진한 모습의 방탄부터 전 세계를 백만 아미로 만든 지금의 방탄까지 계속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들었다. 그러다가 어이없게 계속 되뇌어지는 가사 한 구절을 발견했다.


Interlude : Wings

방탄소년단의 노래


어릴 적의 날 기억해
큰 걱정이 없었기에
이 작은 깃털이 날개가 될 것이고
그 날개로 날아보게 해 줄 거란
믿음, 신념 가득 차 있었어
웃음소리와 함께


가지 말라는 길을 가고
하지 말라는 일을 하고
원해선 안 될 걸 원하고
또 상처받고, 상처받고
You can call me stupid
그럼 난 그냥 씩 하고 웃지
난 내가 하기 싫은 일로
성공하긴 싫어
난 날 밀어
Word


난 날 믿어 내 등이 아픈 건
날개가 돋기 위함인 걸
날 널 믿어 지금은 미약할지언정
끝은 창대한 비약일 걸
Fly, fly up in the sky
Fly, fly get 'em up high
니가 택한 길이야 새꺄 쫄지 말어
이제 고작 첫 비행인 걸 uh


Take me to the sky
훨훨 날아갈 수 있다면
영영 달아날 수 있다면
If my wings could fly
점점 무거워지는 공기를 뚫고 날아


날아 나 날아 난 날아가
Higher than higher than
Higher than the sky
날아 나 날아 난 날아가
붉게 물든 날개를 힘껏


Spread spread spread my wings
Spread spread spread my wings
Wings are made to fly fly fly
Fly fly fly
If my wings could fly


방탄소년단 두 번째 정규앨범인 WINGS에 수록된 곡이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콘셉트로 만든 앨범이라 악의 유혹에 대해 그다지 긍정적이진 않은 나에게는 살짝 거부감이 들었지만,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 당시 날 가둔 금욕주의가 정말 나를 위한 것인가? 나를 만든 신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내가 혼자 자신을 옥죄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 말이다. 노래하고 춤추고 싶은 이 마음이 정말 나만을 위한 행동이고 교만으로 치부될 만한 것인가. 특히 회사와 가정을 위해 내가 원하는 것은 다 거품처럼 사라지게 해야 했던, 그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지만 내가 선택한 것들이 속에서 반발하며 일어났던 것 같다.

'난 내가 하기 싫은 일로 성공하긴 싫어' 저 가사가 나에게 훨씬 무겁게 다가왔다. 지금 연봉 몇천을 받으며 안정적으로 살아가는 게 정말 날 위한 것인가? 가족들에게는 풍요를 안겨주는 일이라 감사하지만, 난 나를 위해서는 사치품은커녕 생필품도 재고 재고 또 재서 가성비 따지고 실용성 따진 후 정말 미적 감각 따위는 개나 줘버린 그런 물건들만 사고 있는데 그게 행복하냐는 비약적 논리로 점프해버렸다.


 그렇게 갑자기 일탈을 허용한 나는 일단 날 위한 소비를 시작했다. 비루하게 살았던 과거를 아는 가족은 나에게 방탄소년단 덕질을 허락했다. 팬 멤버십에 가입하고 공연, MD, 협업 상품 등 판매하는 족족 다 사들여봤다. 그렇게 사들인 물건들은 제대로 열어보지도 않고 책장 한쪽에 쌓여있고 그것마저 내가 처리해야 할 숙제로 자리 잡고 있다. 그렇다. 난 여전히 시간적 여유도 맘의 여유도 없는 사람이다. 물건을 사고 배송받고 열어보는 그 순간의 희열로 그나마 버티고 있을 뿐. 모든 것은 때가 있다는데 다 늙어할 일이 없어지면 일일이 다시 봐야지... 하는 내가 여전히 어리석다.

 어리석지만 끈기는 있는 나. 얼마 전 팬 멤버십 갱신을 하였고 난 아직도 방탄 관련 소식을 매일 업데이트한다. proof 앨범을 기점으로 단체가 아닌 개인 활동의 시기로 접어든 그들을 보며 이제는 나도 내 개인 활동의 영역을 넓혀야겠다고 생각해본다.

더 늦기 전에 결과물을 나눌 수 있으면 좋으련만... 방탄소년단 그들과 함께...

 다음 글은 작년을 기점으로 펼쳐진 내 무대에 관해 얘기해보겠다.


오늘의 글 제목인 be my fan은 내가 나에게 하는 말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연예인은 나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겠다고 다짐한 이후 머릿속에 계속 글들이 떠다닌다.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정제하고 다듬고 꼭 필요한 말들로만 글로 적어내는 게 어려운 일이구나

지금은 아주 부족해 보이지만 계속 적어가다 보면 분명 더 좋아지겠지

너무 날 채찍질하지 않기로 한다.

과정을 즐기는 것. 내가 가장 못하는 것이다.

잘하고 있어. 널 응원해. 넌 나의 가장 소중한 존재야.

I'm your f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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