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은님 추모전시회에 다녀와서
"당신이 가진 무거운 짐, 그것은 당신입니다."
노은님 작가의 이름은 들었다. 하지만 제대로 작품을 본 적은 없었다.
작년에 돌아간 그의 작품들을 모아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전시회를 열었다.
뒤늦게 소식을 듣고 끝나기 하루 전인 어제, 보러 갔다.
전시장을 들어서자 그가 쓴 글이 보였다. 읽는 순간, 아이고! 했다.
이번에도 또, 너무 늦었다. 너무 늦게야 한 사람을 만났다. 그가 떠난 뒤에야.
그리고 그림들. 자유로우나 가볍지 않고 소박하되 깊고 너른 그림들이 있었다.
어느 날 물고기에 눈을 그리지 않은 걸 깨닫고 이후론 꼭꼭 눈을 잊지 않고 그렸다는 작가.
그가 그린 눈 뜬 물고기들, 새들, 초록종이로 접어 붙인 개구리, 사람, 커다란 배추벌레 같기도 하고 소 같기도 한 무슨 동물....모두가 미소 짓게 하고 끄덕이게 하고 골똘하게 했다.
21세기로 들어선 작품들은 색채감이 도드라졌는데 화사하되 지나친 데 없는 색색이 마음을 환하게 물들였다.
일층 전시장에선 1989년 다큐멘터리 〈내 짐은 내 날개다Meine Flügel sind meine Last〉가 상영되고 있었는데, 떨어진 떡같나무 잎을 가지에 하나하나 동여매는 작가의 모습이 어찌나 어여쁜지...
"우리 어머니는 언제나 머리 검은 짐승들은 다 고통을 겪는다, 그러니 사람들에게 잘해야 한다고 하셨어요."
그런 말씀을 하신 어머니와 그 말씀을 기억하는 작가가 모두 아름답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그를 만나 다행이다.
잘살아야겠구나, 다시 한 번 새긴 부처님 오신 날의 나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