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던 낙엽이 순식간에 빛을 잃어 버리다
89년 11월 4일
- 흥국의 가을 낙엽 속에서 -
찌푸린 하늘 향해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떨어지는 낙엽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또 무엇인가
환희 비추어주세요. 따뜻하게 안아주세요
그동안 안녕...그날을 잊지마... 그때 다시 만나...꼭...
JJ...
난 너에게 낙엽이 되고 싶구나
너에게서 태어나 너와 더불어 살고
너를 위해 땅속에 떨어지고
너의 열매가 되고
너의 아룸다움이 되고
너의 꽃이 되고 싶구나
그러기 위해 난 지금 뛴다
그날까지 쉬지 않고 뛰련다
JJ... 나의 JJ...
순수하고 여위고 사랑스러운 나의 JJ...
졸업 후의 대학생과 사회 초보자의 토요일의 만남
꼭 이루어지기를...
암시가 현실로 이루어지듯 JJ는 흥국사에서 떠나 여수로 돌아올 때 이제 만나는 시간을 줄이자고 말했다.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어떻게 그럴 수 있나... 내 마음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는데...’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1년여 앞으로 다가온 대입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아름답게만 보이던 오색의 가을낙엽이 갑자기 모든 빛을 잃어버렸다.
처음 흥국사를 들어올 때 비단처럼 깔려있던 낙엽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난 그날 이후 JJ에게 일기를 자주 썼다.
매일 매일 보고 싶은 마음을 일기라도 달래야 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