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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아한 세계 Nov 03. 2022

흥국의 가을 낙엽 속에서

아름답던 낙엽이 순식간에 빛을 잃어 버리다

89년 11월 4일

- 흥국의 가을 낙엽 속에서 -

찌푸린 하늘 향해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떨어지는 낙엽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또 무엇인가

환희 비추어주세요. 따뜻하게 안아주세요

그동안 안녕...그날을 잊지마... 그때 다시 만나...꼭...

JJ...

난 너에게 낙엽이 되고 싶구나 

너에게서 태어나 너와 더불어 살고

너를 위해 땅속에 떨어지고 

너의 열매가 되고

너의 아룸다움이 되고

너의 꽃이 되고 싶구나

그러기 위해 난 지금 뛴다

그날까지 쉬지 않고 뛰련다

JJ... 나의 JJ... 

순수하고 여위고 사랑스러운 나의 JJ...


졸업 후의 대학생과 사회 초보자의 토요일의 만남

꼭 이루어지기를...

암시가 현실로 이루어지듯 JJ는 흥국사에서 떠나 여수로 돌아올 때 이제 만나는 시간을 줄이자고 말했다.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어떻게 그럴 수 있나... 내 마음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는데...’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1년여 앞으로 다가온 대입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아름답게만 보이던 오색의 가을낙엽이 갑자기 모든 빛을 잃어버렸다.  

처음 흥국사를 들어올 때 비단처럼 깔려있던 낙엽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난 그날 이후 JJ에게 일기를 자주 썼다. 

매일 매일 보고 싶은 마음을 일기라도 달래야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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