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과의 연결고리
광고대행사 인턴에 최종 합격을 하고 나서 첫 출근을 하기 전까지는 어떤 사람들과 어떤 업무를 함께 하게 될지, 맡은 업무를 잘 해낼 수 있을지 등의 설렘과 기대감이 가득했다.
며칠이 지나 인턴으로서 처음 회사에 출근을 하게 되었는데 자리가 팀장님 바로 옆자리였다. 부담스럽긴 했지만 그래도 옆자리에서 많은 걸 배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 나쁘진 않았다.
오전에는 간단한 교육을 받았고, 오후부터 본격적으로 업무를 받게 되었다. 우선 광고를 맡고 있는 몇몇 브랜드 중 대표적인 A기업에 대한 조사가 나의 첫 업무였다. A기업의 모든 제품을 카테고리 별로 가시성 있는 자료로 만들어보라는 것이었는데 제품 자체가 다양하기도 하고 제품별 특징이 가지각색이라 어떻게 정리를 해야 할지 막막했다.
입사 전 나의 작은 로망에 따르면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의견을 제시하고 이를 토대로 실질적인 광고를 기획해보는 그런 업무를 하게 될 줄 알았다. 하지만 가혹하게도? A기업의 광고에는 아무런 쓸모도 없을 것 같은 제품별 자료 정리라니.. 조금 절망적이기도 했지만 이걸 하고 나면 나의 로망 속에 있는 업무를 하게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작은 기대감을 버리지 않고 최선을 다해 파일을 정리했다.
다음 날 오전까지 이어진 이 업무가 끝나고 나서 주어진 두 번째 업무는 이 A기업의 현 상황에 대해 정리하는 것이었다. 뉴스 기사와 홈페이지 정보를 기반으로 한 객관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자료를 정리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마케팅 업무 경력은 없을지라도 휴학 전 대학 재학 당시 자료 정리하는 건 수도 없이 해보았기 때문이다.) 아무튼 1주~2주 정도는 이렇게 클라이언트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파악하는 업무를 주로 했다.
2주 동안 이런 업무만 하다 보니 ‘괜히 이곳에 입사했나’, ‘내가 생각한 업무는 이게 아닌데’ 등의 생각이 들었지만 몇 개월 뒤 나의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알게 되었다. 초반에 정리했던 클라이언트사의 정보는 업무를 처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고 광고주가 어떤 스타일의 광고를 선호하는지, 각 제품별 차이점을 어떻게 부각해야 하는지 등의 생각을 할 때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광고대행사는 말 그대로 광고를 대행해주는 회사이지만 클라이언트만큼 그 회사의 제품과 정보를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신제품이 출시가 되었을 때 기존의 제품과는 어떤 차이가 있고, 어떤 상황에서 유용하게 쓰일지, 다른 브랜드의 제품과는 어떤 점이 다른지 등을 더 잘 표현할 수가 있다.
첫 업무가 내가 생각했던 업무가 아니었지만 분명 그것은 이후에 도움이 되었고, 그 파일은 밑바탕처럼 이후에 내가 어떤 업무를 하든 참고자료로 사용하며 수행할 수 있었다. 모든 광고대행사의 인턴에게 주어지는 업무가 동일하진 않겠지만 기대했던 업무가 아닐지 언정 쓸모없는 업무는 없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