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인가
2022년이 끝나가고 있는 시점에서 나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았다. 사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다른 사람을 관찰하고 속마음을 알아차리는 데 선수라고 스스로를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래서 상대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남들보다 한 발 빠르게 알아채어 그들이 원치 않는 행동이나 말을 삼갔다. 뿐만 아니라 어떤 성향인 지 파악하여 그들에게 맞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흐르게 했고 그래서 '좋은 사람'으로 비추어질 수 있도록 했다. (물론 내가 좋아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에 한해.)
이러한 방식으로 살아오다 보니 나는 상대를 기분 나쁘게 만든 적은 없다는 생각도 자연스레 들어왔다. 하지만 최근 친구와 대화하던 와중 왜인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진심으로 그들에게 상처를 준 적이 없나?' 내 입장에서가 아닌 그들의 입장에서 진정 상처를 준 적이 없을까? 사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살아오다 보니 누군가로부터 나에 대한 싫은 점이나 서운한 점은 거의 들어본 적이 없다. 순간적인 서운함이나 잘못됨은 그때그때 얘기하기 때문에 나의 인간성이나 잘못된 본성적인 면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없다.
이러한 생각이 든 뒤로 조심스러워졌다. 상대를 위한답시고 배려했던 행동이나 생각들, 솔직함의 정도가 나를 머뭇거리게 만들었다. 답을 찾아서 이 글을 적는 건 아니다. 단지 2022년까지 스스로를 굉장히 성숙하고 눈치 빠르다고 느껴왔던 나 자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 순간을 기록하고 싶었고, 이에 대한 해답을 다가올 2023년에는 찾았으면 하는 마음에 기록한다.
202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