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이 박이는 음식이 있다.
시작은 모르겠지만 계속해서 삶의 주요 쉼표마다 스멀스멀 김을 일으키고, 때로는 징그럽게, 때로는 정겹게 맞아주는 그런 음식 말이다.
대부분의 한국인이 그렇겠지만 저 인스턴트 라면의 편의성과 중독성은 한때 수일 동안 라면만 먹어서 질려했던 과거의 나를 물리적으로 차단시키고, 라면을 다시먹는 미래의 나로 끌고 나간다.
시간 없어 사발면 먹고, 돈 없어 연일 먹고,
사람의 맛이 그리워서 사 먹은 라면이 또 얼마였을까. 술안주로 먹은 생라면은 소주에 불어 밤새 내 몸을 덥혀주고, 해장으로 라면에 달걀을 하나 풀어넣으면 쓰린 속에 봄이 내렸다.
그 쓰리고 아련한 기억은 연말 야근에 어쩔 수 없이 밀어 넣은 독한 할큄으로 변하기도 했고, 다시는 찾지 않으리라는 굳은 결심에도 배달 일하는 짬에 어쩔 수 없이 찾게 되는 징그러운 고향이기도 했다.
사고 후 세 달 만에 먹는 라면의 맛은 슬프게도 포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