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소설

하얀 등대(1)

by 이민영

바다는 고요했다. 뱃사람들은 각자의 짐을 들고 배에 올랐다. 오늘은 파도가 높지 않다고 했다. 가족들은 나오지 않았다. 지루한 일상이었기 때문이었다. 일을 마치면 돌아올 것을 믿기 때문에, 긴 이별을 고하는 한순간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아무도 그들을 배웅하지 않았다.


그들이 떠나고 1시간 즈음 지나 비가 오기 시작했다. 바람도 불었다. 그리고 그것은 점점 심해졌다. 잠이 깰 지경이었다. 하지만 배는 돌아오지 않았다. 가족들은 항구로 모여들었다. 배웅하지 않았던 것을 생각하면서, 자신을 자책했다. 그러면서도 은근한 희망으로 서로를 위로했다. “조금 늦는 거야.”


몇 시간이 지나도 배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럴 기미조차 없었다. 그러자 막연한 희망은 불안으로 변했다. 그리고 가장 깊은 새벽에 항구는 절망에 빠진 사람들로 가득했다. 몇몇 사람들은 이미 울고 있었다. 몸을 떨며 주저앉는 이도 있었다. 가만히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도 눈은 이미 초점을 잃은 채였다. 항구에 있는 모든 이가 그저 바다를 보고 있었다.


그때 나는 무슨 생각이었을까. 왜 마을의 명물인 하얀 등대로 올라갔던 것일까. 멋지게 살아있다고 생각한 걸까. 죽음을 확정하고 마음을 추스르는 이들이 미웠던 걸까. 아니면 운명적인 흐름이었던 걸까. 나는 칠흑 같은 어둠에서도 새하얗게 자신을 드러내는 등대에 올랐다.


마을 사람들은 그 등대가 켜지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이 등대는 살아있었다. 환한 불빛으로 바다를 비출 수 있었다. 등대에서 나온 빛을 본 적이 있었다. 백색의 빛, 환하게 푸른 바다를 비추는 빛, 들어오는 배를 멋지게 가리키는 빛. 나는 그것을 보고 싶었을지도 몰랐다. 등대에 올라갔다. 나선형 계단을 통해서 가장 높은 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사방이 유리로 되어 있는 꼭대기에 도착했다. 버려진 등대를 개조한 것이라 켜는 법은 간단했다. 먼지가 쌓여 있는 레버를 올리기만 하면 되었다.


등대의 빛은 예전과 다름없었다. 하얗게, 정말 하얗게 빛났다. 푸른 바다를 비추고 있었다. 그러나 그 빛은 죽음을 가리켰다. 뒤집힌 배와 등을 드러낸 사람들을 가리켰다. 내가 보았다. 항구에 있는 사람들이 보았다. 가장 아름다운 빛으로, 죽음을 확인했다.


7명이 죽었다. 김철, 김경식, 박상철, 손혁진, 이규종, 이준혁, 황공혁. 익숙한 이름들의 장례식이 치러졌다. 마을 사람 모두가 검은 옷을 입었다. 괴성 같은 울음소리가 곳곳에서 터졌다. 나는 간간이 터지는 비명을 들을 때마다 숨이 막혔다. 내가 죽인 것 같았다. 내가 그들에게 빛을 비추었기 때문에 그들이 죽은 것으로 생각했다. 빨리 도망치고 싶었다. 나를 보는 마을 사람들의 불편한 시선으로부터 되도록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 그럴 수 없었다. 도망쳐 내달린다면 다시는 이 마을로 돌아올 수 없을 것 같았다. 나는 뻔뻔하게 자리를 사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