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esis

인류 공통의 문화, 최초의 인류는 어떻게 제사를 드리게 됐을까?

by 마타

마음속에 치밀어 오르는 탐욕과 혈기, 그리고 당신을 향한 알 수 없는 분노로 불타던 나는 홀로 외쳤습니다.


‘내가 지극히 높아져 저 높은 곳에서 나의 뜻과 계획을 모두 이루어 보리라. 세상천지에 나의 이름을 널리 떨치고 내가 스스로 있는 자가 되어 보리라. 누군가에게 의존하여 사는 삶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모두 하며, 자유롭게, 누구의 제약도 받지 않고 홀로 살아보리라.’


주위에는 모두 멋진 마음이라고 치켜세웠고 사람이 태어나 홀로서기를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또 누구의 제약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사는 게 인간의 본분이라고 모두가 말했습니다. 그것에 어떠한 의문도 죄책감도 느끼지 않았죠.


때문에, 나를 꾀어낸 다른 이들을 향한 심판이 내려질 때도, 마음 한편엔 그들을 정죄하는 마음이 가득했어요.


“네가 이런 일을 했으니 모든 짐승 가운데 저주를 받을 것이다. 내가 너로 여자와 원수가 되게 하고 너의 자손도 원수가 되게 하겠다. 여자의 자손이 너의 머리를 상하게 하고 너는 그의 발꿈치를 상하게 할 것이다.”


‘그럼 당연하지. 우리를 처음으로 속인 녀석이니 저런 심판을 당하는 것이 마땅하지.’


“너는 고통을 겪으며 자녀를 낳을 것이다. 네가 남편을 지배하려 해도 남편이 너를 다스릴 것이다.”


‘그래, 마땅해. 저 여자가 나를 속였잖아? 이게 다 저 여자 때문이야.’


“티끌에 불과한 네가 눈이 가려져, 스스로 있는 자가 되려고 하니, 너는 저주를 받을 것이다. 너는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라는 것을 깨달아야만 될 것이다. 너의 인생에 자연스레 흘러 들어오던 복과 네가 누리던 모든 것은 오히려 너를 상하게 하는 것이 될 것이다. 너는 종일 수고해서 기진해야만 먹고 살 수 있을 것이고 그 끝에는 너의 근원인 티끌로 돌아가 죽을 것이다. 이 땅에서 사는 동안, 네가 스스로는 어떠한 만족도 기쁨도 얻지 못하겠고, 네가 얻을 것은 가시덤불과 엉겅퀴와 같을 것이다.”


심판 가운데서도 여전히 마음 한편에선, 원망과 엇나간 자기변호만을 일삼던 내 앞에서, 당신은 내가 창조된 이래로 처음 보는 일을 하시기 시작했습니다.


당신은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던 양 한 마리를 데려다가 내 앞에서 잔혹하게 죽이기 시작했어요. 죽음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던 낙원에 울려 퍼지는 처절한 비명과 처음 맡아보는 지독한 피비린내.


처음 보는 끔찍한 광경에 나의 아내는 고개를 돌려버렸고 나는 아연실색했습니다.


마치 죽음을 선포한 당신이 내게, '앞으로 너의 미래는 이렇게 될 것이다',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너를 향한 나의 분노는 이런 것이다' 눈앞에서 보여주는 것만 같아, 두려움에 구역질이 올라올 지경이었습니다.


처음 보는 죽음. 생명이 가득한 장소에서 처음으로 마주하는 숨이 끊어진 육체의 모습.


샘물처럼 솟아오르는 피가 땅을 적시고 숨이 끊어진 채 축 늘어진 사체의 모습은 저의 미래를 보는 것만 같아, 창조된 이후로 처음으로 느껴보는 두려움이 영혼을 서늘하게 했어요.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당신은 아직도 피범벅이 되어 있는 시체의 가죽을 벗기기 시작하더니 나와 내 아내에게 입혀주었죠.


아직도 시체의 온기와 체액이 남아 있는 가죽옷은 안락함보단 소름이 끼쳤지만, 당신이 떨리는 손으로 내게 옷을 입혀주는 동안,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죄를 지은 이후론 더는 보이지 않게 된 당신의 얼굴이지만, 분명 분노로 가득 차 계실 게 분명했으니까요.


두려움에 벌벌 떠는 와중에, 한편으론 의아했어요. 우선 옷이라는 것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았거든요. 언제나 쾌적한 날씨와 손만 뻗으면 온갖 좋은 것을 마음껏 맛볼 수 있는 장소. 몸을 해할 수 있는 어떤 것도 없는 아름다운 세상이었기에, 사실 옷이라는 것이 그렇게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러나 이어진 당신의 말을 듣게 되고 나는 이 옷의 의미를 알 수 있었습니다.


“사람이 이제 스스로 선과 악을 알게 되었으니. 이제 그가 생명 나무의 열매를 먹고 영원히 살게 해서는 안 된다. 죄인을 내어 쫓으라.”


너무나 긴 하루, 제발 이 순간이 지나갔으면 좋겠다. 모든 것이 꿈이고 사실은 아무 일도 없이 내일 눈을 떴으면 좋겠다. 평소와 똑같이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세상을 둘러보며, 세상의 아름다움에 감사하다, 당신의 얼굴을 마주하여 하루 동안 있었던 일들을 나누곤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하고 싶다.


그러나 내게 내려진 가장 큰 저주 중 하나는 앞으로 내가 사는 동안에 다시는 당신의 얼굴을 보지 못하리라는 것이었죠.


당연하게만 누려오던 당신의 그 모든 보호가 사라진 세상은 너무나 혹독했습니다. 며칠 배를 곯아도 먹을 수 있는 것을 찾긴 어려웠고 아무리 노력해도 한 끼 배불리 먹는 것조차 어려운 세상.


몸을 데우기 위해선 불을 피워야 했고 먹기 위해선 쉼 없이 일해야만 했습니다. 처음 겪어보는 질병이라는 녀석은 내 영혼까지 좀먹었고, 내 1년의 수고를 망치게 하려는 듯 끊임없이 자라나는 가시덤불과 엉겅퀴 탓에 내 몸은 상할 대로 상했죠.


삶에 지친 우리 부부는 처음으로 싸움이라는 것을 시작했습니다. 이전에는 서로가 서로를 위하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했던 우리였지만, 우리의 가정에는 서로를 향한 원망과 미움이 자리하기 시작했어요. 마치 땅에 쓴 뿌리가 자라나기 시작하는 것처럼, 우리의 마음에도 점차 상처와 제거되지 않는 쓴 뿌리가 자라나 우리로 하여금 더는 사랑의 열매를 맺지 못하게 만들었죠.


도대체 이 삶에 무슨 의미와 기쁨이 있습니까? 그저 죽지 않기 위해 내 모든 신경을 쏟아야만 하는 내 삶에 무슨 가치가 있습니까? 당신의 곁에서 당신을 위해 살아갈 때는 내 삶엔 가치와 의미로 충만했는데, 이제 내 삶엔 어떠한 빛도 없이 어둠뿐입니다!


이윽고 무너진 나는 당신이 지어준 가죽옷을 부여잡고 탄식하며 후회했습니다.


그때는 몰랐는데, 두렵기만 했는데, 당신은 그 낙원에서 나를 내어 쫓으며 지금의 상황을 미리 아시고 이 옷을 지어주신 것 같아요. 아마 이 거친 세상에서 이 옷이 없었다면, 나라는 진흙은 추위에 떨다, 다치고 닳다가, 끝내 깨어져 버렸겠죠.


그때 가죽옷을 입혀주시며 떨리던 당신의 손은, 나를 향한 분노로만 가득 차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나의 고통을 미리 내다 보시고 안타까워하신 거였군요. 슬퍼하신 거였군요.


생각해보면 그때 죽임당한 그 양은 아무런 잘못이 없었어요. 당신이 죽일 거면, 차라리 나를 쳐 죽이심이 마땅한데, 어째서 그때 당신은 고통스러워하면서까지 죄 없는 양을 잡아 내게 옷을 입혀주셨을까요? 당신은 얼마든지 새로이 티끌을 모아 내가 아닌 새로운 사람을 만드실 수 있으셨을 텐데.


내가 알고 있던 당신이라면 내게 어떤 말씀을 하셨을까를 더듬어 봤어요. 한참 전이라 당신이 어떤 분인지에 대한 기억조차 희미했지만, 그래도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니 사랑이 가득했던 당신의 음색이 들려오는 듯했습니다.


‘내가 어떻게 널 버려. 내가 어떻게 너와 너의 후손들을 버려. 내가 어떻게 나의 손으로 너를 진멸하고 너희를 향한 나의 모든 선한 계획을 포기할 수가 있겠어. 난 내 일을 할 수 있는 시종이 필요한 게 아니라. 너가 필요했던 건데. 너희는 나의 사랑을 몰라주었다. 모든 것을 진멸하고 새로이 시작한다고 한들 그곳엔 너희가 없는데 무슨 의미가 있겠니.’


늘 웃으며 우리를 향한 선한 계획을 알려주시던 당신이라면 분명 이렇게 말씀하셨겠죠.


차마 전해지지 못한 당신의 마음이 전해지는 것 같아, 나는 당신이 만들어준 가죽옷을 부여잡고 엉엉 울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내가 당신에게 다시 나아갈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하면 그때처럼 당신이 이 땅 위를 거니는 소리가 들려올 때, 아무런 걱정도 없이 나아가 당신께 내 사랑을 드릴 수 있을까요?


밤을 새워 고민하던 나는, 날이 밝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 기르던 양 떼가 있는 목장으로 향했어요. 우리의 관계가 파탄이 났던 그날이자 모든 고통의 시작을 기억하며, 양 떼 중에 당신이 그날 잡았던 녀석과 최대한 닮은 녀석을 고르고 또 골랐죠.


제발 그날을 기억해 주세요. 나를 향한 당신의 사랑을 기억해 주시고 제발 내게 당신의 얼굴을 비춰주세요. 아무런 걱정도 없이 오직 당신을 사랑하는 것이 나의 삶의 전부였던, 우리의 그 아름다운 추억을 잊지 말아 주세요.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며, 또 나의 어리석은 선택을 후회하고 또 후회하며, 고통 속에서 나는 당신이 했던 방법과 최대한 비슷하게 양의 피를 땅에 쏟았습니다. 제발 이날 당신이 내게 베풀어 주셨던 자비와 긍휼을 기억해 주세요. 제발 내게 이 가죽옷을 지어주셨던 그날의 기억을 잊지 말아 주세요.


나는 스스로 있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 당신의 손에 의미를 부여받은 자였는데, 내가 욕심과 교만에 눈이 멀어 당신의 손이 아니라 다른 것을 구했습니다. 모든 의미를 잃어버린 내겐 더 이상 당신의 얼굴이 보이지 않습니다. 제발 내게 다시 한번만 당신의 얼굴을 향해 주세요.


양의 피와 함께 땅에 스며드는 굵은 눈물. 양의 비명과 함께 울려 퍼지는 나의 울음소리.


제발 그날을 기억해 주세요. 제발 그날을 기억해 주시고 기진한 나를 찾아와 주세요. 당신이 계신 그 동산으로 갈 수 있는 모든 방법이 막혀버렸으니, 당신이 내게 찾아와 주세요.


양의 피와 함께 눈물과 마음까지 쏟아내길 한참. 이윽고 날이 저물고 바람이 서늘해지자, 울다 지친 나의 마음에 익숙한 발소리가 들려옵니다.


이 발소리를 내가 잊어버릴 리가 없죠. 얼마나 오랜 시간 당신의 발소리를 그리워했는데요. 언제나 이맘때면 나와 함께 동산을 거닐기 위해 찾아오시던 당신의 발소리.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아도 보이는 것은 없이, 그곳엔 어둠뿐이지만, 나의 마음에는 기쁨이 샘솟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착각할 리가 없어요. 분명 당신이에요.


아 나의 주여. 나의 사랑하는 이여. 내가 당신을 맞이합니다.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나는 당신이 너무나 그리웠습니다. 내가 잘못했습니다. 부디 내게서 떠나지 마시고 그때처럼 우리와 함께하시고 우리를 보호하여 주십시오. 우리의 사랑과 마음을 받아주소서.


나를 안아 주시는 당신의 따듯한 마음을 너무나 오랜만에 느꼈기에, 그 사랑을 너무나 그리워했기에, 나는 한참을 울다가, 그렇게 당신과 함께 시간을 보내다가, 편안한 마음으로 돌아갔답니다.


그 뒤로 나는 마음이 무너질 때, 또는 당신 앞에서 또다시 죄를 짓고 말았을 때, 또 당신이 너무나 그리울 때. 양 떼 우리로 향하곤 합니다. 그때마다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의 어린아이들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지만, 나는 사랑이 가득한 얼굴로, 세상을 창조한 당신의 이름을 이야기하곤 한답니다.


비록 삶은 여전히 고통 속에 있고 이 땅은 갈수록 더럽혀져만 가지만, 우리를 향한 당신의 사랑이 영원함을 알기에, 나는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오늘도 양 떼 우리를 찾습니다. 당신을 그리워하는 우리의 마음처럼 당신의 마음도 같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오늘도 우리를 만나주실 당신을 기대하면서.


당신에게 나아가지 못하는 우리를 위하여 언제나 우리에게 찾아와 주시는 당신이시니, 언젠가는 우리의 관계가 완전히 회복되리라 믿어요. 언젠간 이 땅과 우리가, 그때처럼 완전히 고쳐질 거라 믿어요.


언젠가 당신의 얼굴을 다시 마주할 때가 온다면, 나는 어린아이처럼 당신의 품에 안겨 엉엉 울며 당신이 얼굴을 마주하곤 다시금 당신께 사랑을 말하렵니다. 일평생 그리워한 당신께 나의 전부를 드리렵니다.


너무나 보고 싶은 나의 사랑, 당신을 향한 그리움을 담아, 나는 오늘도 양의 피를 흘립니다


월, 수 연재
이전 03화그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