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유 지음
요약: "쓰기의 말들", 은유 지음, 유유 2016.
지은이 은유는 말한다. "간절하게 원하면 지금 움직이세요."
수영을 하려면 먼저 '수영장에 가야하고', 그 다음엔 '입수하기'이다. 글쓰기도 '책상에 앉기'가 우선이고, 다음 차례는 당연히 '첫문장 쓰기'이다. 이모저모 따지지 말고 일단 책상에 앉아서 첫 문장을 써보라는 말이다. 작가는 덧붙인다. "모든 배움의 원리가 그렇듯이 글쓰기 역시 결심의 산물이 아닌, 반복을 통한 신체의 느린 변화"란다.
쓰는 고통이 크면 안 쓰면 된다. 안 쓰는 고통이 더 큰 사람은 쓴다. 한마디로 "모든 문장은 기나긴 수련의 결과이다.
미리 준비하는 세심함은 글쓰기에도 꼭 필요하다. 평소에 밑작업을 해 두면 일을 하려고 '큰 마음'을 먹지 않아도 된다.
일상의 자투리를 이용해 한 공정씩 진척시켜서 가구 하나를 완성하듯이 쌓는 것이다. 소설가 김훈은 "필일오(必日五"라고 하였다. 하루에 다섯줄씩 글을 보태면 어떨까.
남을 부러워하지 말고 자기가 발 디딘 삶에 근거해서 한 줄씩 쓰면 된다. 그래서 글쓰기는 만인에게 공평하다. 읽고 쓰며 묻자. 몸으로 실감한 진실한 표현인지, 설익은 개념으로 세상만사 재단하고 있지는 않는지, 남의 삶을 도구처럼 동원하고 있지는 않는지. 안다고 삶에 덤비지 않도록, 글이 삶을 초과하지 않도록 조심하자.
글쓰기 원칙들을 몇가지 덧붙인다면:
독자는 연인이다. 독자를 지루하게 하지 말자.
상대방이 내 말을 쉽게 이해할 것이라고 착각하지 않는 것으로부터 글쓰기는 시작되어야 한다.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으면 관련 자료라도 왕창 찾아서 읽어라.
안 보던 책을 보는 일은 안 쓰던 글을 쓰게 해줄 것이다.
감각적 글발보다 탄탄한 자료가 글쓰기에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 자료가 글쓰기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
자신의 감각을 다듬어야 한다. 남의 정신에 익숙해질수록 자기 정신은 낯설어 보인다. 들쑥날쑥한 자기 생각을 붙들고 다듬기보다 이미 검증된 남의 생각을 적당히 흉내 내는 글쓰기라면 말리고 싶다.
영 아닌 소재는 없다. 내용만 진실되다면, 문장이 간결하고 꾸밈없다면. 현란한 수사로 채운 글이 왜 초라한지, 충실한 근거로 채운 글이 왜 탄탄한지.
글에서 첫마디가 길흉을 좌우하는 수가 많다. 너무 덤비지 말 것이다. 너무 긴장하지 말 것이다. 기(奇)히 하려 하지 말고 평범하면 된다.
단문 쓰기는 언제나 도래하는 고민이다. 문장이 늘어지면 생각이 엉키니까 짧게 끊어 치고, 주어, 목적어, 동사로 된 기본 문형에 충실하자. 그런데 문장 형식에 끼워 맞취 기계적으로 단문을 쓰면 일간지 산불 기사처럼 건조해지기 쉽다. 견고한 단문의 성채는 행간의 힘이 좌우하는 것이다.
화려한 요소가 얼마나 많은가가 아니라 불필요한 요소가 얼마나 적은가가 글의 성패를 가른다.
주제와 관련된 상황의 구체성을, 설명하지 말고, 보여 줘라. 예를 들어, '어제 카페에서 하루 종일 만화책을 읽었다'가 아니라 '창이 넓은 이층 카페에서 만화 "레드로자"를 읽었다'가 좋다. 또, '아이와 남편을 두고 외국 여행을 떠났다'는 설명이고, '열다섯 살 아들과 남편을 두고 배낭을 꾸려 한 달간 인도로 갔다'는 보여 주기다.
소박한 말들이 최선이다. 헤밍웨이는 사람들이 나누는 얘기에서, 들은 말 중에서 필요한 어휘를 고르라고 충고한다. 그것은 수 세기의 검증을 거친 말이기 때문이다. 추상적인 말이 많을수록 메시지 전달에 실패한다.
부사를 자제할 것. 퇴고할 때 부사부터 솎아낸다. '어제는 커피를 많이 마셔서 잠을 설쳤다.'고 쓸 때 '많이'의 기준은 주관적이다. 몇 잔인지 사실대로 쓰면 '많이'가 필요없다.
그러나 아침 댓바람부터 요란하게 써 내려간 글을 정작 퇴고 과정에서 버릴 때가 많다. 종내는 폐기하게 되는 이 엉성한 잡문을 게워 내야 단단한 문장이 끌려 나온다. 탁한 물 빼내 맑은 물을 얻는 이치다.
퇴고는 자신의 글로부터 유체 이탈하여 자신의 글에 대한 최초의 독자가 되어 보는 경험이다. 글을 쓰고 나면 소리내서 읽어 보자.
나는 이 글을 통해 무슨 말을 하고자 했던가?
내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가 잘 전달되었는가?
단어가 정확한지, 문장이 엉키지는 않는지, 단락연결이 매끄러운지, 근거는 탄탄한지, 글의 서두와 결말의 톤이 일관된지, 주제를 잘 담아내고 있는지, 살피고 고친다.
접속사가 많은 글은 설명적이고 무겁다. 접속사를 빼고 문장을 읽어 보라. 읽으면 바로 안다. 접속사 없이도 의미가 통한다는 사실을.
글은 대략 한 단락에 열 줄 내외로 채운다. 한 문장씩 세공하듯 다듬고 단락별로 소제목을 달아 보자. 소제목끼리 이어서 읽어 봤을 때 글 전체 내용이 요약되면 성공한 글이다.
아무래도 작품을 완성할 수는 없다. 단지 어느 시점에서 포기하는 것뿐이다. 내가 나를 벗삼는 것, 글이 느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