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오월 단오날이다. 일기 화창한 초여름 날, 윗마을과 아랫마을은 줄다리기로 잠시 한 숨을 돌린다. 필자가 어릴 때 살던 동네에서 실제로 겪었던 일이다.
대장의 구령에 맞춰 사람들이 힘을 쓴다. 잠시 팽팽하게 맞서지만 어느 순간 한 쪽이 조금씩 끌려가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갑자기 우르르 하고 무너지면서 승부가 갈린다.
줄다리기에서 승부가 갈라지는 이치는 무엇일까? 줄다리기에 참가한 선수 개개인의 힘이 중요하다. 그것뿐일까?
이해를 쉽게하기 위해서 잠시 가상의 세계로 가보자.
여기 한 날 한 시에 태어난, 몸무게든 힘이든 모든 조건이 꼭 같은 쌍둥이 100명이 있다고 하자. 이들을 50명씩 두 패로 나누고, 그밖의 모든 조건 역시 동일하게 해서 줄다리기 시합을 시켜보자. 승부가 나겠는가? 승부가 난다.
승부의 관건은 힘을 쓰는 타이밍이다.
50명이 같은 시간에 힘을 쓴다면 50명 분의 힘이 쓰이지만, 힘쓰는 시간이 잠시라도 엇갈리면 전체 인원이 몇 명이건 그 순간 함께 힘을 쓴 사람들의 힘만 줄에 전달된다. 그 때 다른 쪽에서는 현저히 많은 사람들이 힘을 쓴다면 와르르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이론적으로는 50명이 한 명과 싸워도 한 명이 이길 수 있는 셈이다. 아무리 인원수가 많아도 힘을 놓고 있는 순간에 이쪽의 한 명이 힘을 쓰면 그 순간은 0:1이 되고 만다. 전쟁에서 소수의 군사로 대군을 이기는 방법이 바로 이런 이치이다. 유격전이 통하고, 기습으로 결정적 한 방을 날려 승리하는 경우가 이와 같다.
조직 행동과학자이며 기업 컨설턴트인 폴 잉그램 교수(컬럼비아 경영대학원)와 최윤진 조교수(런던 경영대학원)는 "조직에 중요한 가치와 직원에게 중요한 가치를 통일하라."는 제목으로 자신들의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2022.11~12.호, "우리 회사가 정말 지지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직원과 조직이 가치를 명확하게 이해하면 의사결정, 동기부여, 관계, 웰빙, 리더십, 성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조직의 가치를 제대로 전략에 반영하는 것은 중요하다.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직원들의 가치와도 맞추어져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가 '가치 정렬(values alignment)'이라고 부르는 현상이 나타나서 높은 직업 만족도, 낮은 이직률, 좋은 팀웍, 더 효과적인 의사소통, 조직에 대한 높은 기여도, 생산적 협상 등의 이점을 준다. 뿐 아니라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DEI: Diversity, Equity, Inclusion)'을 높일 수 있다."
"개인의 가치는 천차만별로 다르지만 설혹 같아보여도 추구방식은 전혀 달라질 수 있다. 가령 '창의성'을 추구하는 두 사람이 있다고 하자. A는 조용한 사색을 통해서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반면에 B는 여러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서 얻고자 할 수 있다.
리더에 따라서 조직의 가치를 계속해서 강조하면 그 단어가 주술적 힘을 갖게 되고 직원들은 거의 좀비처럼 주문에 빠질 거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일방적으로 강요되는 가치를 원하지 않는다. 특히 자신의 가치와 맞지 않을 때는 더욱 그렇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가치가 잘 정렬되면 강력한 힘을 낸다. 회사의 전략에 기여하고, 직원들에게 진정한 연결성을 제공하고, 더 나은 그룹 성과와 더 높은 직원 만족을 위한 토대를 다진다. 하지만 가치는 마법이 아니다. 조직 전체회의에서 발표하거나 본사 건물 대리석에 새겨 넣는다고 실제가 되거나 효과를 내지 않는다. 가치의 이점을 얻으려면 조직의 모든 직원과 협력해 가치를 찾고 정렬을 이뤄야 한다."
요즘은 사람들이 미처 겪지 못한 변화의 시대이다. 새로운 기술 발달로 인한 변화는 물론이고 글로벌 팬데믹으로 기름을 부은 꼴이 되었다. 우리 사회에서도 사회 정의 문제가 대두되면서
기업의 환경, 사회, 지배 구조(ESG: Environment, Social and Governance)가 비재무적 평가 기준으로 중요성을 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시대를 맞아 조직의 가치와 이해 당사자끼리 가진 가치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