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세상의 바른 교육

독후감: "당신의 본성은 살아있다"를 읽고.

by 허병상

독후감: "당신의 본성은 살아있다", 이선희 지음, 더로드 2022.


책에서 만약 단어 하나만 고른다면 그것은 분명 "내면 아이"가 될 것이다.

"내면 아이"란 어릴 때 충족시키지 못했던 욕구와 감정이 성인이 되고도 그대로 남아있는 마음이다.

책에는 여러가지 경우를 예로 들어 설명하고 있다.

예컨대 바빠서 아이를 돌볼 겨를이 없었거나, 지나치게 엄격해서 사랑의 표시를 잘 하지 않았던 부모 아래 자란 아이는 상처받은 기억을 그대로 지닌채 성장하게 된다. 그래서 성인이 되어서도 사랑과 인정을 받기 위해 타인에게 애써 자신을 맞추려 한다. 혹은 자기 아이의 행동에 과하게 분노하는데, 이 역시 어릴 때 해소되지 않은 '내면 아이'의 탓이다. 나도 받아보지 못한 것을 자식에게 주어야 할 때 분노가 올라오고, 내가 받지 못했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수치와 화가 치밀어 오른 결과이다.

저자는 "이렇듯 현재의 나는 과거의 연장선 위에 있을 때가 많았고, 현재의 문제는 대부분 과거의 내면 아이와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어릴 때부터 쌓였던 기억들이 내면 아이로 남아서 평생을 두고 자신의 행동을 유발하고 제어하게 되는 것이다. '내면 아이' 즉 '여전히 아이스러움을 벗어나지 못한 자아'가 불쑥불쑥 튀어나와서 부족했던 것을 채우려 한다는 것이다.


이 글의 내용은 '자녀의 바른 교육'에 대해 여러가지 흥미로운 관점들을 제기한다.

다분히 유교적 분위기의 가정에서 태어나 엄격한 교육을 받으며 자란 나로서는 여태껏 별로 생각해보지 못한 관점들이다.

내 할아버지는 1878년에 태어나셨는데, 젊을 때 향교에서 교육받으셨고, 고을의 어른이셨다. 모든 집안 사람들은 물론이었고 인근 마을사람들조차 공경하고, 사표(師表)로 여겼던 어른이셨다. 내가 초등학교 4학년 때 별세하셨지만, 지금도 "내가 싫은 일을 남에게 하지 말라"는 말씀을 기억하고 있다.

내 부모님은 그런 할아버지의 교육을 받으셨지만, 나에게는 울타리를 넓게 쳐서 가르치셨다. 돌이켜 보면 차라리 조금 더 울타리를 좁혔으면 어땠을까 생각될 때도 있다.

나는 또 세 아이를 키웠는데 이 아이들로부터 손자 여섯이 태어났다. 내 아이들을 키울 때는 물론이고 지금도 이들 손자들이 커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바른 교육"이 어떤 것인지 자주 생각해 보곤 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줄곳 바른 교육이 무엇인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이 책이 제시하는 교육방법에 대해서 많은 부분에 공감한다. 한편 "세상이 참 많이 변했구나" 싶기도 하다. 과연 그래야 할까 하는 의문을 불러오는 부분 역시 적지않은 탓이다.

책의 내용으로 볼 때 저자는 이 글을 쓸 때 50대 초반이 아니었을까 한다. 그렇다면 내 큰아이보다 몇 살 위일 것이다. 저자의 모친이 여든을 넘기셨으니 나한테는 선배가 되시지만 당시의 사회가 지금처럼 빠르게 변하지 않았던 점을 고려하면 비슷한 사회적 배경이었다 해도 크게 무리가 아닐 것이다.


한마디로 우리는 수백년 이래 '그렇게 배우고 그렇게 행동했다'.

오늘날 관점으로 보면 그시대의 모든 부모들은 엄격하고, 사랑의 표현이 절제되었다고 할 것이다. 위로 누님 여럿을 둔 나는 '귀남이' 부류였지만 아버지 무릎에 앉았던 기억이 없다. 비슷한 이유로 우리 아이들이 아기일때 나는 모시고 살던 어머니 앞에서 아이들을 지나치게 귀여워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아마 우리들 모두는 그런 면에서 "왜곡된" 내면 아이를 가진채 자랐을 것이다. 그래서 문제인가? 아마 아닐 것이다.


오늘날은 그 때와 현저히 다른 세상이다. 요즘은 '자유'의 시대이다.

사람들은 부유해졌고 세상살이는 인류 이래 비교할 데 없이 편해졌다. 옛날이라면 허벅지 살을 오려내고, 얼음을 깨서 잉어를 구해야 효자였겠지만 지금은 정부가 의료보험 혹은 복지라는 이름으로 해결해 준다. 치매에 고생하는 부모는 요양시설이 맡아주고 국가가 그 비용을 부담한다. 그러면 '효'의 본질이 변했는가? 아이의 자치(自治)는 어느 정도 허용되어야 하고, 부모는 어떤 모범을 배워야 할까? 표면이 바뀌어도 알맹이는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아이를 가르쳐야 하는가? 아마 저자 역시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을 했을 것이다. 다만 책의 요지에 충실하다보니 이런 점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진 듯 하다.


이 책은 오늘날 '바른 교육'이 무엇인지, 부모가 어떻게 아이를 길러야 할지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세상의 모든 부모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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