돕지 않으면 도움이 된다

How to Retire Early

by 허병상

우리는 원 팀(One Team):

제2화 돕지 않으면 도움이 된다


퇴직을 하면 '나와바리'(관할구역의 일본말)가 바뀐다. 정확히 말하면 나와바리가 없어진다. 손자 선생께서, "나를 알고 적을 알면 백전백승"이라고 했던가? 이 말씀이 만고의 진리라고 생각하면 멋모르는 이야기다. 최소한 자기 자신의 나와바리가 있을 때에 적용될 말이다.

30여 년을 바깥에서 돌다 보니 회사일이라면 제법 익숙하다. 잘한다고 칭찬도 들었고, 퇴직해서는 그 때의 성공담으로 책도 내었다.

그것 뿐이다.


아내는 집안 일이면 못하는 일이 없다. 무소불능, 능소능대 하다. 못도 잘 박고 청소도 잘한다. 나는 못질 대신 손톱을 잘 박는다. 청소라니, 생각도 해보지 않았다. 퇴직하고 한동안 그렇게 손끝도 얄랑거리지 않고 지났다.

그렇게 세 끼 차려주는 밥을 먹다 보니 불안해지기 시작하였다. 온 세상이 '삼식이 새끼'라며 빈정대는 데. TV에서도 집안에 콕 박힌 '밉상 냄편x'을 툭하면 씹어댄다.


어느 날 컵을 꺼내 마신 물 컵을 물로 헹구어 그릇 꽂이에 꽂아두는 서비스에 도전했다. 방에 있는데 부엌에서 아내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쓸데 없는 짓으로 부엌 바닥을 물바다로 만들었다고, 다시는 얼씬거리지 말라고 노발대발이다.

제길, 고작 몇 방울 흘린 것 뿐인데… 무섭다. 한끼도 건너뛰면 안되는 교육을 받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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