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행복한가?'

하루 한 글 쓰기(4/4)

by 허병상

나는 지금 행복한가? 행복한 것 같다. 어중간하지만 정답이겠다.

마음 편한 것이 행복이라면, 나는 행복하다. 아이들이 모두 '잘' 살고 있는 것이 행복이라면, 나는 행복하다. 하루 세끼 먹는데 걱정 없는 것이 행복이라면 분명, 나는 행복하다.


같은 질문을 20년 전이라면 어떻게 답했을까?

마음 편한 것은 기대하지 않았고, 아이들이 어떻게 지나는지는 아내 소관이었고, 하루 세 끼 먹는 것은 기본이니 모두 질문 같지 않아서 대답 할 꺼리도 되지 않았을 것이다.


행복은 무엇일까?

광화문 네거리에서 사람들을 붙잡고 행복이 무엇인지 물어본다면 사람 수만큼 다른 종류의 답이 나올 것이다. 이럴 때를 대비해서 사례연구란 것이 있다.


명나라 때 어떤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밤마다 향 한 개를 피우며 하늘을 섬겼다. 이렇게 삼십 여년이 지난 어느 날 밤 천신 한 분이 나타났다. 정성에 감동했던 것이다.

"자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이 사람이 대답하기를,

"저는 그냥 한평생 배고프지 않고 그다지 궁색하지 않아 산수를 즐기고, 병 없이 죽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이 말을 들은 천신이 말했다.

"자네가 요구하는 그것이 바로 상계(上界) 신선의 복이라네! 자네가 만약 인간 세상의 부귀공명을 바란다면 아무리 높은 지위라도, 아무리 많은 재산을 원하더라도 내가 들어줄 수 있다네. 그렇지만 상계 신선의 청복만큼은 자네에게 줄 방법이 없다네." (남회근 지은 『금강경 강의』에서 요약)


점심 때가 되자 아내가 외식을 가자고 한다.

사실은 전혀 나가고 싶지 않았다. 어제 둘레길을 무리해서 걸었던 탓이다. 그냥 집에서 차려주는 밥으로 넘기면 좋겠는데… 걱정하는 소리를 듣기 싫어서 용감한 채 앞장을 섰다. 고추장을 사야 되니 자주 다니는 한식집으로 가잔다. 꽤 비싼 집인데, 내 입맛은 아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그 집 고추장 맛이 제일이라는데.

일이 꼬이려니 자동차가 방전이 되었다. 차도 주인 따라 늙어서 간혹 있는 일이다. 수선을 떨어서 겨우 식당에 갔다.

음식이 정갈하다. 아내가 행복하다.


무덥던 날씨가 한 풀 꺾여서 하늘이 청명하니 가을이 온 듯하다.

나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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