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에게 솔직한가?

하루 한 글 쓰기 (10/10/365)

by 허병상

주어진 주제로 글을 쓰자니, 당장 "내가 내 자신에게 솔직한 것"이 무슨 의미인지 명확하지 않다.

가령,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는 때가 잦은가?"로 바꾸어 질문해 보자.

역시 분명하지 않다.


나는 매일 두 가지 중요한 일정이 있다. 첫째, 청소기 돌리기, 둘째, 샤워하기. 일주일에 두 세 번 쓰레기 버리는 일도 중요하다. 이 일들은 아내와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 꼭 해야 하는 일들이다. 물론 셋 다 전혀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도 한다. 그편이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싫어하지만 필수적이라서 하지 않을 수 없다면 나는 스스로 솔직한가? 내 감정에 배치되는 일이니 솔직하지 못한 일이 아니겠는가?


쉰 줄에 가까운 아이가 못마땅한 일을 한다고 하자. 옛날 같으면 단호히 한마디 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이 쉰이나 된 성인에게 뭔가 가르친다는 것은 도무지 마땅치 않다. 이미 부모와 책임을 나눌 나이가 아니다. 대개는 침묵하거나, 지 엄마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의사를 표출한다. 이 경우라면 분명히 솔직하지 않다. 그러나 현명한 처신일 수 있다.


나이 들면 싫든 좋든 생활이 단조로워진다. 나는 특히 집에서 혼자 하는 일들을 즐기는 편이다. 친구들도 자주 만나지 않고, 연락하는 경우도 드물다. 모처럼 친구가 전화를 해서 불러낸다면, 나는 거의 틀림없이 수락한다. 물론 반가운 생각으로 수락하지만, 지금 거절하면 다음에는 이 친구가 전화를 하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마음이 작용하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나는 솔직하지 않다. 솔직해야 하나?


두서없이 쓰고는 있지만 점점 더 불확실해 진다. 사실 요즘 같으면 솔직할 일도, 솔직하지 못할 일도 거의 없다.

나는 나에게 솔직한가? 두고두고 생각해볼 일이다.

(10/10/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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