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먹어도 "고!"

하루 한 글 쓰기 (11/11/365)

by 허병상


글쓰기 모임에 가입하고 3일째 주어진 글제목은 "21일 뒤에 확인할 수 있는 실천가능한 목표"였다. 나는 호기롭게 선언하였다.

"500자 이상의 글을 매일 쓰겠다."

"주제는 매일 주어진 것으로 하겠다."

"365일 동안 계속 하겠다."


3일쯤 지나면서 내가 얼마나 끔찍한 일을 저질렀는지 실감하기 시작하였다.

글 한 편을 쓰는 것이 도무지 쉽지 않다. 또 매일 한 두 시간이라면 엄청난 투자가 아닐 수 없다. 시간은 금이라고 하지 않는가? 진시황의 권력으로도, 스티브 잡스의 돈으로도 구하지 못했던 것이 시간이다. 그와 같이 귀한 시간을 매일 크게 한조각씩 떼어서 글쓰기에 바치는 일이다.


이 약속은 주변 친구들에게도 돌려졌다.

오늘 점심모임에서 어느 친구가 물어왔다. '내 글쓰기 계획'이 안녕하신지? 입가에 장난기가 묻은 웃음을 싣고서.

당초에 이렇게 되라고 모두에게 알렸지만, 막상 질문을 받고 나니 황당하기 짝이 없다.

당황한 마음을 다시 추스르며 생각해 본다.


나의 버킷 리스트에는 책 한 권을 더 출간하는 일이 남아 있다. "더미도 읽는 금강경 해설(가칭)"을 정식으로 출판하는 것. 그런데 세 가지가 부족하다. 하나는 글을 쓸 지식이고, 다음은 지식을 전할 글솜씨인데, 이것들을 익힐 시간조차 부족하다. 그런 절박감으로 딴에는 강수를 둔 것이다.


버킷 리스트를 포기할 것인가? 노! 노! 노!

글쓰기 연습없이 제대로 된 책을 낼 수 있을까? 노! 노! 노!

에라이, 외통수로 딱 걸렸다.

못 먹어도 '고'를 부를 수 밖에 없지 않은가?


탈출구도 있을 듯하다. 매일 글을 쓰되, 금강경과 관련된 내용을 택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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