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글 쓰기(9/9/365)
오늘 글쓰기 주제는 "정보, 재미, 교훈, 감동" 4가지 단어 가운데 하나를 넣어서 짖도록 주어졌습니다.
네 단어를 처음 대하고 문득 손자들 생각이 났습니다.
우리 내외는 6명의 손자가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위로 외손녀가 다섯이고 끝이 외손자입니다만, 편의상 손자로 부르겠습니다. 할애비가 이 아이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재미'있게 들려주어서, 거부감 없이 '교훈'으로 받아들이도록 '감동'을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먼저 명심해야 할 것은 자칫 꼰대가 되어서는 안되겠습니다. 아이들에게 꼰대는 어떤 사람일까요? "묻지 않았는데, 알려주려고 덤비는 어른"이랍니다. 우리 아이들이 할애비를 꼰대로 보지는 않겠지만, "에이, 할아버지도" 하면서 흘려 듣는 일조차 생겨서는 안되겠죠.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큰 손녀는 공부도 잘하고 의젓합니다. 동무들 간에도 꽤나 인기가 있나 봅니다. 어느 날 지 동생들하고 수다를 떠는데 귓곁으로 듣자니 비속어가 반이었습니다. 깜짝 놀랄 일이었죠. 그래서 슬쩍 지 엄마한테, "얘가 욕을 너무 많이 섞더라"하고 좋게 한마디 하였습니다. 요즘은 그렇게 해야 왕따가 되지 않는 답니다.
아무튼 다음에 왔을 때는 달라졌습디다.
우리 부부는 딸 셋을 꽤 엄격하게 키웠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손자들에게 직접 꾸중을 해서, 소용없이 인기만 잃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할머니집은 - 할아버지는 "할머니"라는 단어 안에 붙어 있습니다 - "맛있는 것 먹고 용돈 타고 귀염받는 곳"으로 포지셔닝되면 충분합니다. 아이들이 갈 때는 학년에 따라 약간의 용돈을 탑니다. 그러나 이 돈은 즉시 지 엄마가 회수해서 통장으로 들어갑니다. 이때 할머니의 기지가 빛납니다. 따로 오천원이나 만원을 살짝 쥐어줍니다.
우리들은 봄가을로 두 번 소위 "영농행사"를 합니다. 6월 말에는 감자, 10월 말에는 고구마를 캡니다. 처음에는 지렁이를 보고 까무라치기 직전까지 가던 아이들이 요즘은 제법 일꾼이 되었습니다. 초기에는 5월 초에 "고구마 심는 날" 행사를 포함해서 세 번이었는데, 학년이 올라가면서 두 번으로 줄였습니다.
방학 때는 "할아버지 날" 행사를 합니다. 미리 하루를 뽑아서 아이들을 이끌고 할애비가 대장 노릇을 하는 날입니다. 영화관과 서점과 식당과 오락실이 함께 있는 쇼핑몰이 제격입니다. 영화를 보고, 점심 식사를 한 뒤, 오락실에 가서 게임을 즐기고, 끝으로 서점으로 갑니다. 서점에서는 꼭 책을 사지 않아도 됩니다. 굳즈라는 것들이 있더군요. 별별 것들을 다 팔아서 돈을 뜯어가는 세상입니다.
때로는 아이가 배시시 웃으며 묻습니다. "할아버지, 이거 사면 엄마가 혼낼텐데…" 이 때 요긴한 것이 할아버지 빽입니다. "걱정 말어, 엄마한테 말해 줄게."
돈 낼 때와 빽 쓸 때, 딱 두 번이 할아버지가 맡은 역할입니다.
우리는 '택권 V' 팀입니다.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서도 이와 같이 기억해주길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