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하고싶었지만 못한 일들

하루 한 글 쓰기 (19/19/365)

by 허병상

하고 싶었지만 못한 일들을 크게 세 항목으로 나누어서 적어보았다.


먼저 전략도 잘 세웠고, 열심히 했지만 못한 일들이 있겠다. 재능이 부족해서 실패한 경우이다.


오래전 나의 버킷 리스트 가운데 하나는 대금 독주회를 갖는 것이었다. 근 20년 동안 애지중지 대금과 함께 하였으니 꽤 연조가 쌓였다. 국악 실내악단의 일원으로 수십 회의 공연을 하였다. 그러나 독주회를 열만한 실력을 쌓는 데는 실패하였다. 아내는 "내가 가장 잘 못하는 장르는 음악"인데 그 함정에 빠졌다고 놀리곤 했다. 그녀의 말이 맞다. 결론적으로 인생 4/4분기에 들어서면서 대금을 버렸다.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다음은 전략적 선택으로 포기한 일들이다. 다시 말해서 간절히 원했지만 하지 않는 쪽이 더 나은 선택이었기 때문에 시도도 하지 않은 일들이다.


내 유년시절의 꿈은 정치가가 되는 것이었다. 중학교때 교외로 소풍을 가면 따로 한적한 곳에 가서 웅변 연습을 하곤 했다. 삼국지도 여러 번 읽었다. 당연히 대학은 정치학과를 갈 생각이었다. 이때 우리집 이웃에는 야당의 열성당원으로 소문난 남자가 살았다. 언변이 좋고, 허우대도 멀쩡했지만, 대포집을 하는 아내에게 기대서 살고 있었다. 이 남자를 보고 나는 정치인이 된다는 것이 배고픈 일인줄 알게 되었다. 나중에 상과계열로 진학하면서 정치가의 꿈을 접었다.


아이 다섯 낳기를 원했지만 셋에서 그친 것도 전략적 선택으로 포기한 일이 되겠다. 여기에는 아내의 입김이 결정적이었지만 후회하지는 않는다. 가정평화를 위한 '트레이드 오프'였으니까.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지 않은가? 대신 아들 셋과 손자 여섯을 얻었다.


세 번째는 제대로만 추진했다면 할 수 있었을 텐데 전략을 잘못 세워서 못한 경우이다.


그것은 개인 천문대를 갖는 것이었다.

90년 대 후반 회사일로 시드니에서 몇 년 살았던 적이 있다.

시드니의 밤하늘은 서울과 달리 수많은 별들을 육안으로도 볼 수 있었다. 하물며 천체망원경으로 별들을 관측하는 재미는 특별할 수밖에 없다. 숨이 막히게 하늘을 꽉채운 별들, 우리 은하계(Milky Way Galaxy) 밖의 천체들, 이들을 보며 느끼는 경이로움은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나는 은퇴 후 천문대를 세워서 젊은이들에게 바른 꿈을 심어주기로 마음 먹었다. 대학의 천문학과 디플로마 과정에 등록해서 천문학을 익히기도 하였다. 내가 간과한 일은 천문대 부지를 사는 일이었다. 지금부터 30년 전이었으니 천문대 부지로 삼을만한 산속의 땅은 별로 비싸지 않던 시절이었다.


나중에 아이들 결혼 시키고, 마음도 늙고, 천문대를 만들겠다는 희망은 꿈으로 남아있게 되었다. 그때 쓰던 망원경만 간혹 손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역할을 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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