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0도 피드백

하루 한 글 쓰기 (20/20/365)

by 허병상

'360도 피드백'은 동료들이 나를 평가한 내용과 동일한 질문에 대해서 내가 나를 평가한 결과를 비교하는 설문조사를 말한다. 여기서 '동료'란 같은 직급의 다른 부서 직원은 물론이고 내 윗사람과 부하직원을 포함한다. 그래서 설문조사의 이름이 '360도 피드백'이라고 불린다.


100문항쯤 되는 긴 설문에 답을 한 뒤 직접 봉해서 인사부에 제출하고, 인사부에서는 봉투채로 설문조사를 맡고 있는 기관에 발송한다. 국외에 있는 제3의 기관에서는 두 그룹의 답변을 모두 정리해서 내게 돌려 보내준다. 동료그룹의 경우 전체의 답변 내용만 알려주기 때문에 누가 어떤 평가를 했는지 알 수 없다.


결과지를 받아 든 나는 잠시 쇼크상태를 경험하였다.

내 동료들이 생각한 나는 내가 스스로 믿고 있는 나와 너무나 달랐다. 예를 들면, 나는 내가 정직하다는 데 높은 점수를 주었다. 내가 대체로 객관적이고 공정한 의사결정을 한다고 평가하였다. 내 동료들은 전혀 그렇게 나를 보아주지 않았다. 동료들은 나를 필요하면 거짓말을 하고, 때론 공정하지 못한 사람으로 평가하였다. 달라도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회사에서 나는 주로 '최연소'였다. 최연소 과장, 최연소 부장, 최연소 임원이였다. 언제나 회사가 우선이었다. 그렇게 진력하였다. 적어도 그렇게 진력하고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동료들의 무능과 우유부단한 처신에 분노할 때도 많았다.


설문조사의 내용은 그런 나의 자기확신을 뿌리 채 흔든 일대 사건이었다. 나는 독불장군이었던 것이다.

설문조사에 이어 후속조치가 따랐다. 앞으로 6개월 뒤 어떻게 달라질지 3가지 이내의 목표를 세워서 같은 방식으로 제출해야 했고, 그렇게 하였다.


6개월이 지난 어느 날, 국제전화 한 통을 받았다. 캐나다에 있다는 조사기관에서 내가 제출한 3가지 개선목표의 실행 결과를 묻는 전화였다. 처음만큼은 아니지만 그 치밀함에 다시 한 번 놀랬다.


이 사건을 계기로 나는 경영자로서 거듭 태어났다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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