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 교과서 『삼국지 연의』

by 허병상

주어진 주제: 여러 번 반복해서 본 책이나 음악이 있나요? 왜 그랬나요?

내가 고른 주제: 독서는 '수행'의 준비 단계


내가 가장 여러 번 읽은 책은 단연코 『금강경』이다. 경 자체는 한문으로 5천 여 글자에 불과하지만 수많은 해설서들이 있다. 그 가운데 16종류의 해설서와 관련된 참고 서적까지 합해서 읽은 책이 마흔 권 안쪽일 듯하다. 경전 원문으로는 2022년 초부터 거의 매일빠짐없이 암송해 왔으니 천여 번은 읽은 셈이겠다. 이 경의 핵심되는 가르침을 감히 추측하자면, "상(相)'을 없애라"는 말씀이 아닐까 한다. 잘 알지 못하면서 성인의 말씀을 함부로 해석할 수 없어 이쯤에서 그치겠다. 다만 『금강경』은 2000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탐독해온 책인만큼 꼭 읽어볼 것을 권하고 싶다.


다음으로 많이 읽은 책은 『삼국지 연의』이다. 모두 12번을 읽은 것으로 기억되는데, 박종화, 이문열 두 분의 번역본을 주로 많이 읽었다. 특히 고우영 화백이 그린 만화 삼국지는 책을 이해하는 데 가장 큰 도움이 되었다. 선생의 재치있는 해설에다 비쥬얼의 힘이 보태져서 내용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받았다.

처음 읽었던 판본은 집에 있던 박종화 선생의 『삼국지 연의』였다. 국민학교 4학년 때였던가? 그때는 책을 닥치는 대로 읽을 수밖에 없었다. 돈을 주고 책을 사 본다는 것은 생각도 못해봤다. 그 밖에도 『인간의 조건(고미카와 준페이)』, 『수호지』, 『대백과사전』 등이 그 시절 읽었던 책이다. 학원사에서 나온 세계명작 동화와 위인전 각 60권은 인근 만화가게에서 빌려보았다.


아무튼 살아가면서 고비마다 나는 『삼국지 연의』를 읽었다. 직장을 세 번 옮기고 그 때마다 나는 삼국지를 읽었다. 삼국지는 나의 인생 교과서였다. 혹시 『삼국지 연의』를 좋아하신다면, 판소리 『적벽가』 가운데 조조가 화용도에서 쫓길 때 군사들의 형편을 묘사한 소절을 들어보시라.


오늘 하루 메모한 내용 가운데서 글주제에 맞는 내용을 찾아 보았다. 요령있게 섞어서 글을 마무리하면 좋겠는데, 도무지 어렵다. 본문에 간략한 내 생각만 덧붙이는 것으로 마감하고자 하니 독자 여러분은 부족한 사람의 정성을 살펴서 해량하시기 바란다.


"유식(唯識)의 수행 방법에서 '자량위(資量位)'라고 불리는 단계가 있다. 이 시기는 깨달음을 얻기 위해 도움이 되는 양식을 자기자신 속에 심어가는 수행의 준비단계이다. 이 단계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유식성의 진리를 믿고 진리를 터득하겠는 자세(信解)가 중요하다. 『성유식론 술기』에서는 몇 가지 조건을 덧붙여 제시한다. 첫째는 '아뢰야식에 자신의 소질, 능력, 경험인 종자를 축적하는 것(因力)'이라고 하였다. 나는 이 말을 "내가 좋아하는 것"쯤으로 쉽게 풀어본다. 다음은 선우력(善友力)이라고 해서 "좋은 벗[부처나 법우]을 만나는 것"이다. 좋은 친구를 두어야 한다는 말쯤으로 이해하고 넘어가자. 세번째는 작의력(作意力)인데, "적극적으로 유식의 진리를 사고하고, 그것을 믿는 것"이다. 신념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해야 돤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끝으로 자량력(自糧力)인데, "복덕이나 지덕의 다양한 축적을 쌓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전생이든 현생이든 '평소에 꾸준히 열심히 하라는 말씀'으로 해석해 본다.

-- 『유식30송과 유식불교』 「의교광성분(依敎廣成分)」(김명우 편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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