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가 내게 키스했다

하루 한 글 쓰기 (2-16/37/365)

by 허병상

제니가 내게 키스했다(2-16/37/365)


우리 만났을 때 제니가 내게 키스했다.

앉아 있던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키스했다.

달콤한 순간들을 가져가기 좋아하는

시간, 너도둑이여, 그것도 네 목록에 넣어라!

나를 가리켜 지치고 슬프다고 말해도 좋다.

건강과 재산을 가지지 못했다고 말해도 좋고,

나 이제 점점 늙어간다고 말해도 좋다. 그렇지만,

제니가 내게 키스했다는 것, 그건 꼭 기억해라.

-- 리 헌트 (Leigh Hunt 1784-1859), 장영희 번역


이 시를 읽고 불쑥 궁금증이 고개를 들었다. 만약 아름다운 '제니'가 내게 키스를 한다면 나는 어떻게 할까? 얼마나 달콤할까? 달콤함을 느낄 수나 있을까? 소년 시절의 감성이 여전히 살아있을까?

괴테가 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중학교때 우리들의 필독서적이었다. 어디 있는지도 알지 못하는 '나의' 로테를 상상하며 베르테르와 함께 가슴을 쥐어짰던 시절이 있었다. 다시 이 책을 읽는다면 어떤 감정일까?

당장 나는 실험에 나섰다.


베르테르가 권총으로 자살할 즈음에 이르러 나는 가슴속 깊이 가늘게 떨리는 것을 느꼈다.

그 정도면 충분했다. 몸이 늙었다고 마음까지 늙어서야 되겠는가?


"노년을 위하여"(키케로 저, 천병희 옮김)에서 화자로 등장하는 대 카토는 말한다.

"노년을 비난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노년에는 감각적 쾌락이 없다는 것일세. 세월이 정말로 젊은 시절의 가장 위험한 약점에서 우리를 해방해준다면, 그것은 세월이 우리에게 주는 얼마나 멋진 선물인가? (중략) 자연 또는 어떤 신이 인간에게 정신보다 더 고귀한 것은 아무것도 주지 않았는데, 이 신성한 선물에 쾌락보다 더 해로운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었네."


나는 카토의 말에 반대한다, 비록 그가 84세였고 나보다 몇 년 더 살았지만 말이다. 노년에게 쾌락은 해로운 것이 아니다. 다만, 원숙한 노인이라면, 쾌락에 대한 유혹을 평생 쌓은 연륜으로 절제할 수 있어야 한다. 공자는 나이 칠순에 "일흔 살에는 마음속으로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법도에서 벗어나지 않았다(從心所欲不踰矩)"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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