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글 쓰기 (3-17/59/365)
나는 술을 사랑했다. 거의 모든 친구가 한결같이 술꾼들이거나, 아니면 술꾼으로 만들어야 속이 시원했다. 무슨 일을 하든 술이 빠질 수는 없었다. 특히 영업일이 그랬다.
영업사원은 한 달에 한 번씩 다시 태어난다. 매달 마감을 하고 다음 달 새로운 목표를 향해 다시 태어나는 셈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한 달 마감을 마치면 크게 한 잔 마셔야 했다. 새로 시작하는 우렁찬 고동소리를 울리면서. 그때는 정말 살맛이 있었다. 사발에 한가득 부은 막걸리를 마시며 호기를 부렸다. 맥주 1000cc를 통째 비울 때는 마치 개선장군의 당당한 모습이었으리!
그런 술을 끊은 것이 꽤 여러 해 되었다. 조물주께서 더 이상 봐줄 수 없다고 선언하셨기 때문이다. 이제는 큰소리로 웃을 일도 없고, 호기를 부리며 떠들 일도 없다. 거의 매일 붙어 지내던 술친구는 어느덧 소원해졌고, 하루는 한적하기 짝이 없다. 책을 읽는 일이 거의 유일한 일과가 되었다. 심심한 삶이 되었다. 소금이 빠진 간장 꼴이다.
그런데 여전히 살아있는 느낌이라면 믿어질까? 잔잔하지만 더 단단해진 느낌이라 할까? 오히려 더 생생하게 살아있는 느낌이다.
"즐거워하되 지나치게 들뜨지 않고, 슬프다고 드러나게 슬퍼하지 마라(樂而不流 哀而不悲)." 우리 음악을 한 마디로 요약하는 말이다. 공자님도 비슷한 말씀을 하셨다.
세상 술꾼들아,
술 안마시는 세상이 더 좋다네.
귀한 시간 술로 허비하지 말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