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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영 Aug 18. 2022

다이나믹 맨해튼 입성기

연쇄 카풀러

화창한 아침 맨해튼으로 가기 위해 처음 가는 길을 나선다.


버스 정류장까지는 걸어서 약 10분 거리.


미국 영화에 나오는 앞마당 잔디가 깔린 주택가를 걸어 나선다.


버스를 기다리는데 어젯밤 숙소 사장님께 설명받았던 번호의 버스가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


모험을 좋아하는 나는 다리 하나만 건너면 맨해튼이라는 생각에 일단 다리 근처로 걸어간다.


여차하면 다리도 걸어서 건널 생각을 하며.


걸어가는 데에 약 20분 가까이 소요되었고 걸어가면서 오늘은 어떤 여행이 될까 조금은 긴장되고 설렜다.


맨해튼으로 이어지는 다리 앞까지 걸어가니 조금 힘이 든다. 마침 버스 정류장이 있어 버스를 기다려보기로 한다.


몇 분 기다렸던가, 갑자기 옆으로 차 한 대가 오더니 운전석에서 소리친다.


"버스 기다려? 차에 타. 건너편까지 태워줄게."


조금 놀라고 순간 경계심이 발동했다. 운전자는 흑인 여성분이었고 그 옆자리에 백인 남성이 타고 있었다.


경계심을 보이는 게 티가 났는지 태워 주는 이유를 간략히 설명한다.


지금 하고 있는 건 카풀이라는 거란다


카풀 ‘Carpool’ 서로 방향이 비슷한 사람들이 차를 같이 타고 가는 것.


무슨 생각이었는지 그 얘기를 듣고 겁도 없이 차량에 탑승했다.

사람 인상을 보면 무의식적으로 안전한지 위험한지 느낌이 오는데

그 평범해 보이는 인상에 안심이 되었었던 것 같다.


만일에 있을 비상사태에 대한 대비는 고작

‘여차 하면 뛰어내리면 되지’라는 생각.


운전자는 이어 설명해준다.


“한 차량에 3명 이상 타고 다리를 건너면 톨비 할인이 돼. 넌 무료로 건너서 좋고, 난 할인받아서 좋은 거지!"


옆에 있던 백인 남성이 맞장구친다.


"저기 다리 입구 쪽에 차량이 서잖아? 그럼 대개는 '카풀'을 기다리는 거야."


흑인 여성분이 말한다.


"너 여기 처음이지?"


"네, 처음이에요 여행하러 왔어요."


백인 남성분이 오른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너 멋진 뷰를 보고 싶어? 저길 봐, 저기가 맨해튼이야."


얼른 가지고 있던 핸드폰으로 촬영을 한다


백인분이 말한 것처럼 그리 멋져 보이진 않았지만 그땐 우연히 계획에 없던 카풀을 경험하는 것도 신이 났고 저기가 맨해튼이라는 생각에 감탄이 나왔다.


"너 어디서 왔어?"


"한국에서 왔어요."

 

"내 친척 중에 한국에서 교수하시던 분이 있는데 지금은 다른 나라에서.. (이하 생략)"


어느 나라 얘기가 나오니 옆에 백인 남성분이 거기 치안이 어떻다 하면서 여성분이랑 이야기를 이어갔다.


다리를 건너고 나는 감사 인사를 건넨 후 차에서 내렸다.


오늘은 일요일이니 뉴욕에 있는 유명한 교회를 방문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웬걸 해당 교회에 도착했을 때 들어가는 입구가 모두 닫혀 있었다.


주변인에게 물어본다.


"혹시 여기 입구가 어디예요? 더 이상 운영을 하지 않나요?"


어떻게 더 설명을 해주셨는데 확실히는 모르시는 듯하였다.


오늘은 큰 계획 없이 뉴욕에 적응하는 시간을 가져보려 하며

지하철 타는 법, 지하철 티켓 (한 달 패스) 구매 방법, 다른 교회 워십 서비스, 숙소 귀가 방법 등등 알아보며 맨해튼을 알아가는 시간을 가져보기로 한다.


타임스퀘어를 향해 전철에 몸을 싣는다.

닫혀 있었던 교회 건물과 뉴욕의 지하철 입구



그리고 뉴욕의 타임스퀘어...

감탄하며 잠시 머물러 보았다.


'내가 혼자서 뉴욕에 올 생각을 하다니'.


내가 지금 어느 도시에 있는지 보다 명확하게 알려주는 광경이었다.


'이런 풍경을 보며 느껴지는 감정을 공유할 사람이 없으니 조금은 외롭네'라는 생각도 잠시


일요일인 만큼 다른 교회를 얼른 찾아본다.


곧이어 다른 유명한 교회가 있는 브루클린으로 향하기로 한다.


다시 전철을 타고 브루클린으로..


브루클린 태버너클 교회 (조금 늦긴 했지만 다 끝나고 간 건 아니다..)

교회 건물이 정말 이쁘게 지어져 있었는데

듣기로는 예전에 뮤지컬 공연장이었다고 한다.


아카펠라로 유명한 교회라고 들었는데

예전에 가수 '소향'이 이 무대에서 노래를 불렀던 적이 있었다.

유튜브 영상으로만 보다가 실제로 보니 신기했다.


예배가 끝이 나고 브루클린 교회 주변을 구경 다니다가 슬슬 허기가 져 길가에서 인기 좋아 보이는 햄버거집에서 식사를 마치고.


이제 슬슬 어두워지기 시작해 돌아가기로 하였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올 때 카풀로 다리를 건너와 숙소에 돌아갈 방법을 정확히 몰랐으며

가져온 보조배터리가 작동이 안돼 핸드폰도 못쓰게 되었다.


그래서 일단 아무 버스를 타고 다리를 건너자마자 내렸는데


올 때 보고 왔던 핸드폰으로 지도 확인을 못하니 길거리에서 사람들에게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첫날 들렀던 마트에 먹을 걸 사들고 집에 갈 생각에 마트 위치로 길을 물어보았다.


두어 차례 물어보고 안내받은 길로 걸어가는데..


아무리 가도 낯선 풍경이었고 주택가에 걸어 다니는 사람이 드물었다.


날은 어두워졌지만 어떻게든 집에 당도는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막연히 있었다.


걸어가다 우연히 주유소를 발견했다.

이번엔 집 주소를 보여주며 직원분에게 길을 물었다.


직원분은 잘 모르겠는지 주유 중이던 차량으로 가 도움을 요청해준다.


우연히 차량에 있었던 분은 한국분이셨고 일 끝나고 집에 가는길인데 보여드렸던 주소가 멀지 않아 잠시 들러주신다 하셨다.


차 안에서 여러 대화를 나눴다.


한국에서 젊은 시절에 건너와 사업을 하고 계신다고 했다. 나이는  들어 보이셨고 미국 생활도 나름 만족한다고 하셨다. 날이 어두워 졌을때 돌아다니는건 위험하니 저녁시간엔 숙소에 가는게 좋을 것 같다 말씀 주셨고  와중에 배는 고프지 않냐고 물어보시며 맥도날드에 들러 먹을 것도 사주셨다.


너무 감사했는데 그 상황에서 감사하다는 말 밖에 할 수 없는 게 너무 죄송하게 느껴졌다.

숙소에 도착 후 감사하다는 말만 여러 번 반복했다.


하루에 두 번이나 카풀을 하다니.. 그것도 우연히.. 낯선 미국 땅에서 신기한 경험을 많이 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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