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리뷰에세이 - 드라마 <은중과 상연> 4화 대사중에서
2002년 월드컵 4강전.
모두가 붉은 물결이 되어 열광하던 그 순간,
상연은 혼자 딴 세상에 있는 듯 멍하니 앉아 있었다.
은중이 너도 너도 그럴 때 있어?
뭐가 뚝 끊어지는 거 같을 때?
음..
괴리된다고 해야 되나?
뭔가가 진짜 그런 것처럼
열심히 막 흉내 내다가
거기까지 못 따라가서 멈춰 서 버리는 느낌?
뚝 끊어진 것처럼.
그 대사를 듣는데
왠지 모르게 마음이 쿡, 하고 눌렸다.
나도 그런 순간이 있었다.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함께 웃고, 떠들고, 어깨를 부딪히며
그 무리에 자연스럽게 섞인 척하던 날들.
하지만 문득, 생각이 스친다.
“나 지금 뭐 하는 거지?”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지?”
웃기지 않아도 웃고,
떠들고 싶지 않아도 떠들어야만 했던 시간들.
그게 사회라는 이름의 무대였다면
나는 늘 조금은 어설픈 배우였다.
반대로, 정말 함께 웃고 싶었는데
내 감정이 따라오지 못해
혼자 그들 뒤에 멈춰 선 적도 있었다.
손을 내밀면 닿을 것 같은데,
이상하게 거기까지 닿지 않았다.
이제 와 생각해 보면
그건 마음이 내는 신호였을지도 모른다.
‘오늘은 쉬고 싶어.’
‘이제 그만해.’
그동안 진심이 아닌 모습으로 버텨왔으니
이제는 조금 쉬어도 된다고,
마음이 나를 불러 세운 것 같다.
그래서 오늘은
나를 괴리시키는 세상 대신,
조용히 내 마음의 목소리를 들어본다.
뚝, 끊어진 게 아니라
나에게로 다시 이어지는 시간으로.
출처 : 드라마 <은중과 상연> 4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