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지 않음에서 오는 안락함, 그리고 다시 믿어보는 용기

감정리뷰에세이 - 드라마 <마이 유스> 4화 대사 중에서

by 혼밤 마음



아들 : 애초에 안 믿었으면, 의심했으며 됐잖아. 바보 같아.

엄마 : 너 엄마, 아빠 믿지? 어? 믿어야 돼!
아들 : 응 믿어.

(성인이 된 아들 나레이션)너무 일찍 배운 것 같아. 믿지 않음에서 오는 안락함도 있다는 거. 반짝거린다고 다 보석이 아니라는 거.



믿음과 불신 사이, 우리가 서 있는 자리




주인공 선우해는 아역 배우로 빛나던 시절이 있었다.

반짝이는 조명과 사람들의 환호 속에서 '믿음'은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조금씩 성장해 가는 아역스타는 자리를 잃어가고

불안한 엄마의 잘못된 믿음은 고통과 빚으로 쌓여가면서

아이는 '믿지 않음에서 오는 안락함'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사람과의 관계도 그렇다.

처음에는 누구나 믿고 싶어 한다.

하지만 믿음이 상처가 되어 돌아오면, 그 상처는 곧 '의심'을 낳는다.

그리고 우리는 스스로 지키기 위해 점점 더 견고한 벽을 쌓는다.






"믿지 않았더라면"이라는 후회




너무 일찍 배운 것 같아. 믿지 않음에서 오는 안락함도 있다는 거.

드라마 속 이 대사를 들으며 마음이 찌릿했다.

내 안에도 같은 후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믿었기에 더 크게 아팠던 기억.

그때 알았다.

반짝인다고 다 보석이 아니라는 걸.

따뜻하다고 다 진실은 아니라는 걸.


이후 나는 사람을 쉽게 믿지 않게 되었다.

조금은 냉정하고, 조금은 거리를 두며.

그렇게 하면 마음이 덜 아플 것 같아서.

실제로 덜 다쳤지만, 대신 따뜻함도 줄어들었다.





믿음이 주는 상처, 불신이 주는 안락함




우리는 자주 선택의 기로에 선다.

'믿을 것인가, 의심할 것인가.'

믿으면 상처받을 수 있고, 의심하면 외로워진다.


불신이 주는 안락함은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그 안락함은 차갑고 고요하다.

그 안에서 우리는 더 이상 상처받지 않지만,

동시에 진짜 관계도 만들어지지 않는다.





다시, 믿음의 용기를 꺼내기까지




이제야 알겠다.

믿음이란, 상대가 변하지 않기를 기대하는 게 아니라

내가 상처를 감수할 용기가 있다는 뜻이었다는 것을.


누군가를 온전히 믿는다는 건 내 마음을 내어주는 일이다.

때로는 그 마음이 부서지기도 하지만

그 부서진 조각들 속에서만 만날 수 있는 진짜 관계가 있다.


'믿지 않음'이 주는 안락함은 일시적이지만

'믿음'이 주는 경험은 오래 남는다.

그게 결국 우리가 사람을 향해 마음을 여는 이유가 아닐까



나에게 다시 물어본다.


"너는 이졔 상처를 감수할 용기가 있니?"






*출처 : 드라마 <마이 유스> 4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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