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 카너먼 (1) - 본격 노벨경제학상 만화 제1화
올림픽 등에서 동메달리스트가 은메달리스트보다 더 기뻐하는 현상이 가끔 관찰된다. 동메달리스트는 메달을 놓칠 뻔한 상황에서 간신히 메달을 획득했다는 안도감을 느끼는 반면, 은메달리스트는 금메달을 거의 차지할 뻔했다는 아쉬움과 실망을 더 크게 느끼기 때문이다. 이것은 사람들이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라, 각자 마음속에 설정된 ‘준거점(reference point)’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결과를 평가한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은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 등과의 연구에서, 인간은 전통적인 경제 이론에서 가정하는 것처럼 합리적이고 절대적인 가치에 따라서라기보다는, 상대적인 준거점에 따라 이익과 손실을 평가하여 의사결정을 내린다고 주장했다. 사람들은 동일한 결과라도 자신이 어디에 기준을 두고 평가하느냐에 따라 만족감이나 실망감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은메달리스트의 준거점은 ‘금메달’이기 때문에 자신의 결과를 실패로 인식하기 쉽고, 동메달리스트의 준거점은 ‘메달 획득 실패’이기 때문에 자신의 결과를 성공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준거점의 영향력은 일상생활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상점에서 원래 10만 원짜리 시계를 오늘만 5만 원에 판매한다고 광고할 때, 소비자는 10만 원을 준거점으로 설정하고 5만 원이 매우 저렴하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실제로 이 시계의 적정 가격이 5만 원일지라도, 준거점이 어떻게 설정되느냐에 따라 소비자의 인식과 만족감은 달라진다. 이는 상점 주인이 소비자의 준거점을 의도적으로 조작하여 구매를 유도하는 대표적인 심리적 전략이다.
준거점은 우리의 행복감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현대 사회에서 생활 수준이 과거에 비해 크게 향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삶이 힘들다고 느끼는 현상 역시 준거점과 관련이 있다. 전통적인 경제학 이론은 소득이나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 더 행복해질 것이라고 예측하지만, 실제로 사람들은 주변의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여 자신의 삶을 평가하기도 한다. 특히 SNS가 발달한 현대 사회에서는 타인의 성공과 화려한 삶이 더욱 쉽게 노출되면서, 비교의 준거점이 비현실적으로 높아지고, 이에 따라 만족감보다는 상대적 열등감이나 불행을 더 자주 경험하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카너먼의 연구는 단순히 경제학 이론에 머무르지 않고, 인간의 심리와 행복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남과의 비교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기준을 세우고, 현실적인 준거점을 설정하는 것이 진정한 만족과 행복을 찾는 데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