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죽고 나 죽자! ‘벼랑 끝 전술’이 먹히는 이유는?

토마스 셸링 - 본격 노벨경제학상 만화 제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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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셸링(Thomas Schelling)의 저서인 《갈등의 전략(The Strategy of Conflict)》(1980, 초판 1960)은 국제 분쟁 연구의 핵심 고전으로 꼽힌다. 셸링이 분석한 대상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 중 하나는 ‘치킨 게임(chicken game)’일 것이다. 치킨 게임은 어느 한 쪽이 이길 때까지 서로 피해를 무릅쓰며 경쟁하는 게임의 형태이다. 흔히 두 명의 운전자가 좁은 길에서 정면으로 달려올 때, 어느 쪽이 먼저 핸들을 꺾느냐를 결정하는 상황으로 예를 든다. 만약 한쪽만 꺾는다면, 꺾은 쪽은 겁쟁이(치킨)가 되고, 꺾지 않은 쪽은 승자가 된다. 그러나 양쪽 모두 끝까지 핸들을 꺾지 않으면, 충돌로 인해 모두 치명적인 피해를 입는다.


치킨 게임은 유치하고 어리석은 게임처럼 보이나, 양측이 서로 위협하는 상황에서 결단을 내려야 하는 현실의 전략 상황이기도 하다. 역사적으로 양측 모두 상호 파괴를 원치 않으면서도, 상대방이 먼저 양보하기를 바라는 상황이 반복되어 왔다. 냉전 시기, 미국과 소련의 핵무기 대치 상황을 이러한 치킨 게임의 사례로 볼 수 있다. 특히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때, 미국과 소련은 서로를 강하게 위협하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 10월 22일,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은 TV 연설을 통해 소련이 쿠바에 핵미사일을 배치했음을 밝히고, 쿠바에 대한 해상 봉쇄를 단행할 것임을 발표했다. 이틀 뒤 니키타 크루쇼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은 미국의 조치를 해적 행위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10월 27일, 미 공군의 U-2 정찰기가 쿠바 상공에서 소련군이 운용한 지대공 미사일에 의해 격추되어 조종사 루돌프 앤더슨 주니어 중령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러면서도 양국은 핵전쟁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고자 했다. 양국은 어느 지점에서 ‘이탈’할지를 두고 전략적 결정을 내려야 했다. 소련은 핵미사일을 쿠바에서 철수시키겠다며 미국에 협상 제안을 보냈고, 미국은 결국 쿠바를 침공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게 된다.


셸링의 연구에 따르면, 서로에게 위협을 가하는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군사력의 우위 뿐만이 아니라 위협의 신뢰성이라고 한다. 즉, 실제로 위험을 감수하거나, 물러설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는 행동이 필요한데, 이를 흔히 ‘벼랑끝 전술(brinkmanship)’이라고 부른다. 셸링은 위 책(6쪽)에서 “상대방에게 가하는 위협이 효과적이려면 신뢰성을 갖춰야 한다. 그 신뢰성은 위협을 가함에 있어서 발생하는 비용과 위험 등에 의존할 수 있다.”라고 적었다. 예컨대 운전자가 핸들을 꺾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아예 핸들을 차량에서 제거해버리거나, 술에 취한 상태임을 과시하는 행위는 상대에게 “이 사람은 정말 멈추지 않겠구나”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또한, 셸링은 지나치게 강한 선제공격 능력은 상대가 ‘먼저 공격하지 않으면 제거당할 것’이라는 두려움을 갖게 하여 오히려 전쟁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는 얘기다. 따라서 상대에게 물러설 여지를 남기는 전략적 배려도 승리의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셸링은 이 밖에도 서로 볼모를 교환하거나, 같은 잔으로 술을 마셔 독살을 방지하는 것 등역사적으로 반복되어 온 다양한 행동 양식을 전략적으로 해석했다. 그의 연구는 국가 간 갈등과 협상의 복잡한 역학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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