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루카스 주니어 - 본격 노벨경제학상 만화 제3화
1970년대에 서방 선진국들은 높은 실업률과 높은 인플레이션을 동시에 겪는 어려운 상황에 빠졌다. 각국은 정부 지출을 늘리고 중앙은행이 돈을 풀게 하여 경기를 진작시키려 했으나, 실업률은 눈에 띄게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물가만 더욱 자극되는 결과를 낳았다. 기존의 경제 이론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현실은 새로운 시각을 요구했다. 이에 대한 가장 강력한 응답을 로버트 루카스 주니어(Robert E. Lucas, Jr.)가 제시하는데, 이를 '루카스 비판(Lucas critique)'이라고 부른다.
루카스는 1976년 발표한 논문에서, 기존의 경제 모형들이 과거의 통계적 관계를 바탕으로 정책 효과를 예측하려고 한 것이 본질적으로 잘못되었다고 주장했다. 왜냐하면, 가계와 기업은 단순히 반복된 과거 패턴을 따르지 않으며, 정부의 정책 변화에 따라 자신의 행동을 바꾸기 때문이다. 과거 통계에 근거한 예측을 무조건 신뢰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중앙은행이 돈을 많이 풀면 일시적으로 고용이 증가할 수 있다. 하지만 기업은 어느 시점이 되면 이러한 정책으로 물가 상승이 빨라지고 임금 인상도 가팔라진다는 점을 인식할 수 있다. 기업은 이를 고려해 신규 고용에 신중을 기하게 된다. 확장적 통화정책에도 신규 고용은 기대만큼 늘지 않을 수 있고, 오히려 물가 상승만 심화할 수 있다. 경제 주체들은 상황에 따라 전략적으로 행동을 바꾸는 ‘똑똑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재정정책도 마찬가지이다. 소득세율이 인하되었다면? ‘똑똑한’ 가계는 그것이 일시적인 것인지 영구적인 것인지 살필 것이다. 일시적이었다고 생각한다면, 자신의 소비 결정을 크게 바꿀 필요가 없다. 그러나 영구적이었다고 판단한다면, 자신의 가처분 소득도 영구적으로 증가한 셈이므로, 소비를 늘릴 여지가 크다. 정부가 지출을 증가시킨다면? 만약 그것이 미래의 세금 인상으로 이어질 거라고 경제 주체가 생각하게 된다면, 경제 주체는 저축을 늘려 대응하므로 재정정책의 경기 진작 효과는 줄어들고 말 것이다.
루카스의 이러한 비판은 경제학계에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이후 거시경제학은 사람들의 ‘똑똑함’을 반영하는 모형을 구축하는 것에 힘을 쏟게 된다. 단순한 과거 데이터의 외삽이 아닌, 경제 주체의 합리적 기대와 전략적 반응을 반영하는 모형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이다. 루카스 비판은 단지 하나의 기술적 지적이 아니라, 경제정책의 본질적 성격을 노출시킨 근본적인 통찰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를 통해 미래를 예측할 수 있으려면, 그 미래에 참여할 ‘똑똑한’ 사람들이 행동을 바꿀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루카스는 분명히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