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속 돌을 비싸게 쳐주는 섬 사람들이 순박하다고요?

밀턴 프리드먼 - 본격 노벨경제학상 만화 제4화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은 1991년 ‘돌 동전의 섬(The Island of Stone Money)’이라는 글을 통해 미크로네시아 얍(Yap) 섬의 독특한 화폐 제도를 소개했다. 수 세기 동안 얍 주민들은 석회암으로 만든 거대한 원반을 화폐로 사용했다. 이 ‘돌 동전’은 어떤 경우에는 지름이 3미터 이상에 달해 사람의 힘으로 옮기기 어려울 정도로 컸으며, 이런 큰 것들은 특정 장소에 고정된 채로 남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돌 동전이 누구의 소유인지 공동체 전체가 인정하여, 실제로 돌을 옮기지 않고도 소유권 이전이 이루어졌다.


가장 유명한 사례로, 운반 도중 바다에 빠뜨려 잃어버린 돌 동전이 얍 섬의 공동체에서는 여전히 가치를 유지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비록 돌이 바닷속에 가라앉아 아무도 볼 수 없었지만, 공동체는 그 돌의 소유자가 누구인지를 기억하고 인정해주었기 때문에, 여전히 화폐로서 기능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돌 동전’ 이야기는 화폐의 본질에 대해 여러 가지 흥미로운 시사점을 던져준다.


첫째, 이 돌 동전은 얍 섬에서 채굴되지 않고, 약 400~450km 떨어진 팔라우(Palau) 섬까지 카누를 타고 가서 석회암을 채취해 운반해 오는 매우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만 만들 수 있었다. 이는 돌 동전의 희소성을 보장했다. 실제로 화폐로 널리 쓰인 금도 희소하고, 현대 사회의 지폐나 동전도 중앙은행에 의해 발행량이 통제되면서 희소성이 유지된다.


둘째, 특별한 소비 가치도 없고, 다른 용도로 사용하기도 어려운 석회암 원반을 돈으로 사용했다는 점은, 화폐가 ‘무엇인가’보다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돌 자체의 내재적 가치는 거의 제로에 가까우나, 사회 전체가 이를 기반으로 한 제도를 신뢰하고 받아들였기 때문에 화폐로서 기능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는 현대에서도 마찬가지로, 화폐를 발행하는 국가 제도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그 화폐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진다.


셋째, 돌 동전들이 특정 장소에 고정된 채로 남아 있거나 심지어 바닷속에 잠겨 있었다는 점을 보면, 돈은 반드시 휴대하거나 실체가 있을 필요는 없다. 이는 현대에서 실물 동전이나 지폐를 사용하지 않고도 신용카드나 모바일 등으로 작동하는 결제 제도와도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돌 동전’ 이야기는 단순한 민속적인 호기심거리를 넘어, 화폐 제도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하면서 주목받았고, 특히 최근에는 비트코인 같은 암호 자산과도 비교되고 있다. 비트코인이 반드시 화폐의 정의를 충족시킨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닮은 점은 여럿 있다. 돌 동전을 다른 섬에서 힘들여 구해왔듯이, 비트코인도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며 채굴함으로써 그 희소성이 유지된다. 돌의 내재적 가치가 제로이듯이, 비트코인 역시 그 자체로서는 거의 가치가 없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얍 섬의 돌 동전은 소유권이 공동체가 갖고 있는 유형적·무형적 장부에 기록되는데, 이것도 블록체인 기술에 의해 ‘분산화된 공개 원장(블록체인)’으로 기록되는 비트코인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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