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방은 창작의 첫 호흡이다
좋은 문장을 만나면 나는 멈춰 선다.
문장을 따라 소리 내어 읽고,
쉼표 하나, 숨 고르기 하나에도 오래 머문다.
그러다 문득,
그 문장을 흉내 내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어떻게든 그 결을 따라 써보고 싶어 손이 먼저 움직인다.
우리는 종종 ‘모방’이라는 단어에 주저한다.
자칫 창작자의 자존심을 해치는 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모방은 가장 오래된 글쓰기의 출발점이었다.
고전의 문장을 빌려 써보고,
좋아하는 작가의 문체를 따라해보며,
나는 내 언어의 속도와 온도를 조금씩 알아갔다.
그건 단순한 따라하기가 아니었다.
나도 모르게,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고
모방은 어느 순간, 나만의 문장으로 바뀌어 있었다.
시인도, 화가도, 기자도
모두 처음엔 누군가의 문장을 모방하며 자란다.
좋아하는 것을 흉내 내는 데서 시작해,
결국에는 ‘나’만의 언어를 찾게 된다.
어느 날은 그런 문장이 나온다.
분명 어디선가 본 듯한데,
묘하게 내 마음과 닮아 있는 문장.
그 순간 나는 안다.
이건 단순한 흉내가 아니라,
누군가의 세계에 깊이 감응한 결과이며,
모방이 창작으로 전환되는 찰나라는 것을.
모방은 창피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존경의 방식이고,
감각을 주고받는 언어의 순환이며,
나 자신을 찾아가는, 진심 어린 연습이다.
그러니 혹시,
요즘 들어 ‘내 글이 어딘가 닮아 보인다’고 느낀다면,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그건 당신의 문장이,
모방이라는 문을 지나
천천히 자기 얼굴을 찾아가고 있다는 뜻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