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낮, 고요한 밤… 나비축제가 비춘 함평의 오늘

[축제 속으로①]

by 재재

오늘날 축제는 단지 흥겨운 볼거리 그 이상이다. 한 도시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지역 주민의 삶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문화의 언어’이자 ‘생존의 전략’이 되었다. 대전 역시 마찬가지다. ‘0시 축제’처럼 지역 고유의 색을 담은 대표축제를 만들기 위한 실험이 진행 중이다. 나는 이 고민의 해법을 찾기 위해, 전국의 축제를 직접 발로 뛰며 기록해보기로 했다.

그 첫 번째 행선지는 전라남도 함평.
해마다 봄이 오면, 이 조용한 농촌은 나비처럼 변한다. ‘함평나비축제’라 불리는 이 생태축제는 1999년 유채꽃축제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새로운 기획에서 출발했다. 국보도, 명산도, 대형 관광지도 없던 함평은 '나비'라는 하나의 기획을 통해 스스로를 브랜드화했고, 그것은 단순한 축제를 넘어 지역 정체성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올해로 27회를 맞은 축제는 ‘나비, 황금박쥐를 만나다’는 주제로 4월 25일부터 5월 6일까지 열린다. 함평엑스포공원 일원은 축제 기간 내내 가족 단위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고, 생태관부터 황박이 캐릭터 굿즈존까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살아 있는 나비를 날려보내는 체험, 농촌과 환경을 주제로 한 전시, 지역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공연과 운영. 콘텐츠는 알찼고, 구성은 치밀했다.

축제를 찾은 한 어머니는 “작년보다 프로그램이 훨씬 다채로워졌어요. 하루 종일 있어도 시간이 모자라네요”라며 밝게 웃었다.
실제로 함평군은 매년 20만 마리 이상의 나비를 인공 부화해 전국 행사장과 학교 등에 공급하고 있으며, 황금박쥐라는 테마를 활용한 순금 조형물도 지금은 함평의 대표 자산이 되었다. 당시엔 군 예산 낭비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금값의 상승과 더불어 지금은 함평군의 상징적 자산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이 화려한 낮의 이면에는 또 다른 풍경이 존재한다.
나는 어린이날 하루 전, 5월 4일 밤에 함평군청 인근에 도착했다. 축제가 한창인 시기였기에 기대를 품고 숙소와 식당을 수소문했지만, 밤 12시 무렵 문을 연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불이 켜진 무인편의점 하나, 그리고 PC방 한 곳이 전부였다. 결국 PC방에서 라면 한 그릇으로 끼니를 때운 뒤, 차 안에서 하룻밤을 지새워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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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시장 근처에서 만난 한 상인은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사람이 많긴 해도 다 낮에 다녀가요. 밤에는 금방 조용해지지요. 그래도 이 축제, 우리 마을 살리는 데 정말 소중해요. 매년 기다리는 행사거든요.”

실제로 야간 콘텐츠나 체류형 관광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인프라는 아직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함평의 실패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찬란한 낮이야말로, 밤의 고요와 더욱 극명하게 대비되며 지역의 현실을 조명해준다.

다시 나는 법을 고민하는 기초자치단체에게, 함평나비축제는 단순한 행사가 아니다.
유명한 관광자원도, 대형 유통망도 없던 곳이 ‘나비’ 하나로 도시를 상징화했고, 주민과 공무원이 손을 맞잡고 지역을 기획해냈다. 그 성취는 분명히 빛난다. 그러나 이제는 그다음 단계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축제가 끝난 뒤에도 사람이 머무르고, 소비가 이어지며, 지역이 살아 숨 쉴 수 있는 구조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

이것은 함평만의 고민이 아니다. 전국의 수많은 기초지자체가 같은 물음을 품고 있다.
함평은 그중에서도 진지하고 꾸준하게, 가장 절실한 자세로 ‘살아남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그 현장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이상, 함평의 밤은 단지 정적이 아니라, 다시 날기 위한 숨 고르기처럼 느껴졌다.

함평나비축제 현장에서 만난 주민 박모 씨는 이렇게 말했다.
“이 축제는 단지 경제만을 위한 행사가 아닙니다. 우리 군민의 화합, 공동체를 다시 세우려는 마음이 담긴 축제지요. 나비가 흩어지듯, 그 마음이 전국으로 퍼져나가면 좋겠습니다.”

지방소멸이라는 거대한 흐름 앞에서, 축제는 때때로 작은 날갯짓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날갯짓이 모여 바람이 되고, 바람이 지역을 일으키는 힘이 될 수 있다면, 지금 이 작은 마을에서 다시 펄럭이는 나비의 날개는 분명 우리 모두에게 말을 걸고 있다.
이제는 찬란한 낮뿐 아니라, 고요한 밤의 의미까지 함께 읽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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