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마음이 갈대라고 했던가? 'No 노'

흔들림 속에서, 내가 지키려는 것

by 임가영

오랜만에 브런치에 왔습니다. 제게는 아주 큰 공부의 시간이었습니다. 정치판에 들어온 새내기가 신념 하나, 일념 하나로 밀어붙이다가 큰 경험을 했습니다. 하지만 스스로 책상 앞에 앉아 무언가를 다시 쓰고 싶다는 마음이 물결처럼 번지며 요동치고 있으니, 이번 일은 어쩌면 신의 큰 그림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글을 처음 접하신 분들은 제가 무슨 봉창 두드리는 이야기를 하나 궁금해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은 이번 지방선거에 비례대표로 나섰다가 1번을 받지 못하고 서성이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어디에도 닿지 못한 채, 이름조차 불리지 않은 자리. 바로 그 상태였습니다.

요즘은 매일이 드라마입니다. 최전선에서 이번 공천 과정을 들여다보니 하루에도 몇 번씩 클라이맥스를 마주합니다. 복선이라도 그럴듯하게 깔리면 좋으련만, 경우의 수와 이해관계가 실타래처럼 얽히고설켜 그야말로 동물의 왕국이 따로 없습니다.

그래도 당사자들은 겉을 번지르하게 포장하죠. 물론 모든 분들이 그런 것은 아닙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차오르는 뜨거운 감정을 식히기 위해 스스로를 담금질합니다. 하나님께서 광야에서 사람을 준비시키시듯, 이 시간 또한 저를 다시 세우는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여자의 마음은 갈대라고 했던가요? 'Oh no, 노~!'

요 며칠 몇 가지 사례를 접하면서, 이 표현이 꼭 맞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서 여자와 남자를 빗대는 것도 우스운 일이긴 하지만, 제 생각의 바다에서 노니는 글이니 가벼운 에세이 정도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전직이 기자이다 보니 기사의 제목을 가장 유심히 봅니다. 식상한 헤드라인인지, 글 전체를 관통하는 맥이 살아 있는지, 사실을 꿰뚫는 시선이 있는지, 어느 쪽에도 욕먹지 않는, 그래서 아무도 불편하지 않은 하루 때우기용 헤드라인인지를요.

그런데 최근 한 언론사 선배의 제목이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누군가를 겨냥한 듯해 풀버전을 올리긴 어렵지만,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숙고, 복귀, 사퇴, 다시 복귀….”

SNS에 올라온 수척해진 그분의 얼굴을 보며 얼마나 고심했는지 짐작은 갑니다. 하지만 공인이라면, 정치에 나선 분이라면 적어도 유권자를 혼란스럽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삶의 궤적이란 무엇일까….’
제가 할 수 있는 건 기자였을 때처럼 자료를 찾아보는 일이었습니다.

자신의 사진이 표창장에 포함되었다는 보도를 접했습니다. 이것은 태도의 문제로 볼 수도 있고, 과도한 자기표현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어 보였습니다. 표창장은 개인이 아니라 조직과 국가를 대표하는 상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게 느껴졌습니다. 또 눈길이 갔던 것은 교통 과태료 관련 보도였습니다. 그중 일부는 스쿨존 위반 사례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어 더욱 놀라웠습니다. 법을 지켜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이 아이들 안전구역에서 반복적으로 위반한 점은 쉽게 넘기기 어려워 보였습니다. 가족 차량이라는 해명도 있었지만, 이 역시 선뜻 납득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이건 기사 이야기가 아니라, 제가 실제로 겪은 일입니다. 전 직장을 그만두고 지인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한 분이 전화를 바꿔주었습니다. 선거철이면 흔히 있는 일이죠. 첫 통화였는데 “저를 도와주시려고 직장을 그만두셨다면서요?”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동료였던 기자는 “그분 식의 유머였을 수도 있다”라고 했지만, 저는 너무 당혹스러워 할 말을 잃었던 기억이 납니다.

정치판은 이념보다 이해관계가 먼저 작동하는 공간이라고 했던가요. 자신이 몸담았던 곳에서 이례적으로 빠른 승진을 거쳤던 분, 최고의 자리에 올라 국가 인사의 수혜를 입었던 분이, 이제 와 다른 사람에게만 정체성을 묻는 것이 과연 공정한 일일까요.

아무리 본인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하더라도, 이건 아닌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여러 이야기들이 수면 아래를 맴돌고 있지만, 정작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은 많지 않습니다. 드러나지 않는 사실보다, 드러나지 않는 상태가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이런저런 궁금증이 많아졌습니다. 꼬인 매듭을 풀듯 하나씩 풀어나가다 보면, 저 역시 이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변심을 거듭하게 될까요.

제가 얼마 전 불공정 공천과 관련해 올린 글에 대해 한 분이 남긴 댓글입니다.

“에구. 모르고 했다기엔 너무 순진한 건지, 스스로에 대한 기대가 너무 큰 건지….”

전자든 후자든, 정치는 이런 곳인가 봅니다.
“가영아, 넌 마음을 조금 숨길 줄도 알아야 해. 그렇게 다 보여주면 상처가 커.”
엄마의 말처럼 마음을 숨기는 기술을 배워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직 그게 잘 되지 않습니다.

세상은 이미 충분히 복잡한데, 마음까지 접어 넣어야 한다면 나는 어디까지 나를 덜어내야 하는지 혼란스러워집니다.

그래서 그냥 단순하게 가보려 합니다.

내가 처음 품었던 마음,
‘딸에게 부끄럽지 않은 엄마’

그 마음 하나로 오늘도 달려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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