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기자가 겪는 설움이란

'대수로울 것도 없잖아'

by 임가영

취재 인력이 많지 않다 보니, 출입처의 경계도 느슨했다.

시청과 문화부를 맡고 있었지만, 가끔은 도청에도 갔다.
누가 빠지면 대신 메우는 건 늘 내 몫이었다.

그날도 후배 대타로 세종시교육청에서 열린 충북교육청 국감 현장에 갔다.
출입처 기자가 “선배, 공중파 3사만 들어간대요” 했지만,
나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기자 생활 17년 동안, 국감장 앞에서 문전박대를 당한 적은 한 번도 없었으니까.

그런데 웬걸.
“k, m, s 공중파 3사만 출입 가능합니다.”
그 한마디에 멍해졌다.

2층 기자실과 4층 감사장을 오르내리며 방법을 찾아봤지만,
길은 보이지 않았다.
결국 세종교육청 복도의 소파에 주저앉아,
JTBC로 이직한 후배에게 하소연하듯 카톡을 보냈다.

“선배님, 중앙에도 이런 법은 없어요.”

그 짧은 문장에 화가 조금 가라앉았지만, 쉽게 포기할 수는 없었다.
국회의원 보좌관, 교육부 인사 등
할 수 있는 모든 연락망을 총동원했다.

우여곡절 끝에, 국감 시작 직전 가까스로 자리를 잡았다.
공중파 3사 외에도 연합뉴스TV가 들어와 있었다.
그때 느꼈다.
세상은 늘 누군가에게는 문을 닫고, 누군가에게는 열어둔다는 걸.

국감 도중 후배들에게 메시지가 왔다.
“선배님, 우수 기사 선정 축하드려요.”

세종에서 청주로 돌아와 급히 마감을 했지만
기분은 도무지 풀리지 않았다.
그래도 소정의 상금이 있다니
팀원들에게 회식비를 쏜다고 했다.

처음부터 나는 ‘비주류’로 불리는
케이블TV 기자로 일을 시작했다.
그래서 오늘 일도 ‘별 대수로울 게 아니잖아’ 하려 했지만,
밀려오는 생각을 막을 순 없었다.

퇴근길엔 기자협회 상을 받은 선후배들을 떠올렸다.
‘나도 퇴직하기 전에 기사로 상 하나쯤은 받아볼 수 있을까?’
그 막연한 바람이 오늘 현실이 되었는데,
기분은 이상하게도 공허했다.

KBS 앵커 출신 대표가 부임하면서
전국 케이블 기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처음 도입된 ‘우수 기자상’.
그 상을 받고도,
나는 집에서 남겨둔 와인 한 병을 모두 비워버렸다.

취기가 오를 즈음, 부재중 전화를 봤다.
현장에서 함께 일하던 M 선배였다.
그의 카톡에는 짧게 이렇게 적혀 있었다.
“오늘 여러모로 고생 많았어요...”

그 말 끝의 줄임표 하나가 마음을 울렸다.
몇 년 전, 그 선배가 내 프로그램 이름을 예쁘다고 말하던 장면이 떠올랐다.
그리고 기자실로 분홍 다이어리를 들고 와주던 모습도.

고마운 선배.
그리고 나는,
그날 밤 조용히 되뇌었다.


나는 좋은 기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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