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아름다운 신화의 시간' 우은정 초대전
초록빛을 띤 머리카락 사이로 터콰이즈 블루가 스며 있고,
주황과 노란 빛이 감도는 얼굴이 있었다.
‘참 아름다운 신화의 시간’
우은정 작가의 초대장을 본 순간,
하루라도 빨리 그 그림을 보고 싶어졌다.
나는 긴 생머리의 여류 화가를 상상했다.
그러나 첫 만남의 주인공은 민머리에 머플러를 한 남성이었다.
그리고 그의 첫인상은 그림과 닮아 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초록색 물감이 잔뜩 묻은 손.
흡사 영화 속 외계인의 손 같았다.
그 순간, 이상하게도 눈물이 차올랐다.
문화 취재를 하다가 울컥할 때가 가끔 있다.
이건 그중 하나였다.
그의 손을 보며 내 남편의 손이 떠올랐다.
열두 해 넘게 헤어디자이너로 일해온 사람.
“장갑은 답답해.”
더 섬세한 손끝으로 사람의 머리를 만지고 싶다며
맨손으로 염색약을 만지는 그 사람의 손.
어떤 날은 검정, 어떤 날은 보라, 또 어떤 날은 갈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나는 그림 앞에 한참을 서 있었다.
눈가가 저릿했다.
그림 속 여인은 꼭 나 같았다.
아이 둘을 키우며 지역 케이블 방송 여기자로 살아온 17년이
필름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내 안의 ‘진짜 나’를 숨기고 살아온 건 아닐까.
그 슬픔마저도 간직하고 싶을 만큼,
그날의 감정은 깊었다.
갤러리를 나서며 스마트폰을 열었다.
은행 어플을 켜고 잔고를 확인했다.
“당장은 여유가 없지만, 다음 달 월급이 들어오면 살 수 있겠다.”
그렇게 그림 한 점이 내게 왔다.
어쩌면 그건,
오래전부터 나를 기다리던 얼굴이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