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졌다.

"네가 아프니까 세상이 무너질 것 같더라"

by 임가영


그날도 늦게까지 공업소 일을 하고 돌아온 b는 밥을 먹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아이들과 함께 누워 뒤척이고 있는데 새벽녘에 옆방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난생처음 들어본 이 소리는 뭘까? 끙끙 앓는 소리도 아니고 절규도 아니고 느낌이 싸했다.


b가 방바닥에 널브러져 숨을 제대로 못 쉰다. 터질 것 같은 가슴을 부여잡고 응급차를 부를까 고민한다. 아무래도 5분 안쪽에 종합병원이 있으니 내 차가 빠를 것 같다.


응급실에 누워있는 b를 보자 미칠 것처럼 눈물이 나왔다. 심근경색이란다. 곧바로 b는 시술을 위해 수술실에 들어갔다. 오만가지 생각들이 머리를 스쳐 지나며 나에게 왜 이런 일들이 자꾸만 생기는 걸까 하늘을 원망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혈관 조영술을 해보니 스텐트는 박지 않아도 되고 약물로도 치료가 가능할 것 같다고 한다. 하지만 지혈이 잘되지 않아 b는 며칠을 중환자실에서 보냈다.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한 첫사랑과 한 결혼이 언제부턴가 꼬여가는 것만 같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답답했다. 성격상 친구를 붙잡고 미주알고주알 내 처지를 얘기하기에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고, 그렇다고 친정 부모님께 전적으로 의지할 수도 없었다.


지금까지 내가 한 일 중 가장 어리석은 행동 중 하나를 꼽으라면 그 시절 난 점을 보러 다녔다. 언제쯤 이 생활이 마무리될는지 알고 싶었고, 내 앞에 펼쳐질 미래에 대해 귀띔이라도 듣고 싶었다.


귀가 따갑도록 매미가 울어대던 찜통 같던 8월의 어느 날. 용하다던 수곡동의 점집을 찾았다.

그는 날 보자마자 "얼마나 힘들었어? 고생했다. 승진이라도 해야지. 그거라도 안되면 네가 무슨 낙으로 사냐?

올해 승진이 될 거고, 남편은 저러다가 제자리로 돌아와. 곧 지 입으로 미용 다시 한다고 할 거야. 걱정 마. 시간이 지나면 다 괜찮아질 거야."

무당의 진심 어린 위로에 난 점집에서 펑펑 울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정말 그 점쟁이가 용해서인지, 아니면 운명의 수레바퀴 시기였던 건지, 실제로 그 해 난 승진도 했고

병원에서 퇴원한 b는 공업소 막내 일을 접고 미용을 다시 하겠다고 말했다.


점쟁이의 말이 현실로 이뤄진 걸 보면 어쩌면 진짜 운명이란 게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시 승진을 한 것은 승진을 위해 그 누구보다 열심히 한 나름의 결과물이었고, b가 심근경색이 찾아온 건 미용을 그만두자마자 자동차 튜닝이란 세계에 멋모르고 뛰어든데 대한 스트레스가 겹친 것이었다.

그리고 막상 야생에서 경험해 보니 그래도 미용이 내 천직이구나 깨달았기에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온 건 아닐까?

이제 다신 점을 보지 않을 거다. 다만 그때 내 얘기를 진지하게 들으며 함께 눈물까지 흘려줬던 그 점집 아주머니께는 감사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내가 버니까 돈은 많이 벌어오지 않아도 돼. 그저 건강 챙기면서 살살 일해. 네가 아프니까 세상이 무너질 것 같더라"


얼마 뒤 우린 대출을 받아 백화점 근처 상권에 예약제로만 운영되는 1인 미용실을 차렸다.


그렇게 다시 우리 부부는 기자와 미용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