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겐 예쁜 것만 보여주고 싶어

어느 날 그냥 딸에게

by 임가영

너에겐

아름다운 것만
예쁜 것만
좋은 것만

보여주고 싶어

굳이 안 봐도 될 시체도
40년이 지나도 썩지 않은 유골도
썩은 내 진동하는 사람들도
넌 안 봤으면 좋겠어.


네게 권하고 싶지 않은 대표 직업이 기자야.
오늘도 달랑 상주 전화번호 하나 던져주며
의료사고 알아보라는 데스크 말에
유족과 한 시간 넘게 통화를 했어.
수술 날짜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할머니의 통곡을 들으며
전화 끊는 순간 다시 한번 다짐했지.
내 딸은 진짜 기자 안 했으면 좋겠다고...


상냥하게 인터뷰이에게 묻고
돌아서서 독하게 기사 쓰는

나 자신을 돌아보며
어떤 날엔 잠도 안 와.


다음 생이란 게 있으면 지역 케이블 기자 말고
이왕 할 거면 수신료 받는 k기자 해야지.


취재 아이템이 정해지지 않는 날이면

십 분에 한 번꼴로
뭐 쓰지? 뭐 하지? 정신병자처럼 중얼거리는 내게
누군가는 말하더라.


도대체 전생에 뭐였길래 숙제를 매일 하냐고.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내 앞에 주어진 과제 같은 하루를

보내고 나면 진이 다 빠져.


근데 정말 아이러니한 건

엄만 이 일이 좋아.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죽겠다가도
실타래가 풀려나가면 통쾌한 기분마저 들거든.

널 가만히 보면
날 많이 닮았어.


성질부리는 거.

성격 급한 거.

상냥한 거. 변덕 쟁인 거.

그래도 엄만 널
공주처럼 키우고 싶어.

곱게 곱게.


세상에 예쁜 것만 보고 자라게 하고 싶어.

이전 04화글을 쓸 수 있어서 참 다행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