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스토리 공모를 앞두고 새롭게 무언가를 쓰고 싶었다. 17년을 다녔던 회사를 그만두고 쓴 첫 번째 브런치북 ‘퇴사하기 좋은 날’은 퇴사를 결심한 순간부터 퇴사 이후까지의 과정을 날것 그대로 쓴 결과물이기에 다시 읽었을 때 많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되도록이면 맞춤법이 틀린 것이 아니고선 처음 그 느낌을 그대로 살렸다. 그렇기에 두 달이 지난 지금 봐도 부끄럽기 짝이 없다. 아마도 나이가 더 들어서 보게 되면 쥐구멍으로라도 숨고 싶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역시 그때의 나였으니까 그 자체로 존중하고 싶은 마음이다.
두 번째 브런치북은 뭘 쓸까 고민하다 내 인생의 한 축이었던 나의 짝꿍 b와 첫 만남부터 결혼까지, 그리고 그 이후 삶의 고비고비를 넘겨온 순간들을 기록하고 싶었다. 그렇다면 세 번째 이야기는 무엇으로 채울까 곰곰이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았다. 아직 가공의 인물로 플롯을 짜는 소설은 준비가 안되었기에 내 이야기를 기반으로 한 글을 써야 할 텐데 고민이 많았다.
그래서 지난밤에도 오늘 새벽에도 하루 종일 반나절 동안 의자에서 단 한 번도 엉덩이를 떼지 않고 글을 썼던 오늘까지. 내 인생의 가장 잊지 못할 순간을 떠올렸다.
내 인생 절체절명의 시기라면 바로 중학교 시절 날 아프게 했던 ‘선택적 함묵증’의 기억을 빼놓을 수 없었다. 단 한 번도 글로 써내려 가지 못하다 지난해 백일장에서 ‘가시’란 제목으로 그 당시 얘기를 썼다가 수상을 했다. 하지만 한 편의 수필로 내 인생의 자아정체성이 확립될 수 있었던 그 시절의 그 얘기를 다 담아내기란 역부족이었다.
시간제한이 있던 백일장에서 숨 가쁘게 나의 얘기를 들춰내며 가시를 뽑아냈다면 지금은 ‘기억의 너머’의 그 사건을 토대로 글을 쓰면서 내가 얼마나 성장했고, 삶을 대하는 시선이 어떻게 달라졌나를 긴 호흡으로 느낄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예상치 못한 일을 당했을 때 사춘기 시절 난 세상으로부터 스스로를 단절시켰고, 그 단절의 문이 허물어질 때까지는 가족들의 넘치는 사랑과 관심, 중2 때 담임이었던 k선생님의 애정이 있었다.
그리고 잘 나가던 집의 부도와 단기간의 공무직 공무원 생활, 리포터와 기자로서 방송국에서 20년간 생활을 해오며 나는 시나브로 단단해지고 있었다.
그 시절의 그 기억이 켜켜이 쌓여 힘이 들 때 문득 떠오르기도 하고, 좌절에 빠졌을 땐 지금보다 더 힘들었던 그 옛날을 떠올려 보기도 하면서 하루하루.
회사를 관두고 시간의 여유가 생기면서 내 삶을 어떻게 계획하고, 꼭 계획적인 삶이 아니라도 그 순간을 진실되게 보내고, 화강암처럼 한층 두터워진 내 마음을 감싸며 앞으로를 어떻게 살아갈지를 상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