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씨를 위한 기도
루미씨가 탄 Amtrak은 Empire Builder라인으로 시카고에서 출발하여 샌프란시스코까지 3박 4일 간 최북단으로 미국을 횡단하는 노선이다. 비옥한 들판이 끝없이 펼쳐진다. 한 참을 지나야 작은 마을이 나오고, 그나마 집 한 채가 덩그마니 있는 곳도 있다. 몽골에 비해 곳곳에 물이 풍부해 들녘이 비옥하고 길이 잘 닦여져 있긴 하지만, 쓸쓸함은 그만저만하다. 빛나는 햇살과 아름드리 숲, 그리고 젖줄처럼 흐르는 강줄기에 넋을 놓게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롭다는 느낌이 드는 풍경이다.
언니. 나 엄마가 그렇게 우는 거 처음 봤어. 그래? 동생들에 비해 세대차이가 덜 나고, 함께 살아온 시간이 많아 그나마 루미씨 눈물을 받아 주는 건 큰 딸인데..... 지지고 볶고 싸울 수 있는 사람도 큰 딸이고… 그런데 *자씨의 큰 딸은 *자씨의 눈물을 처음 봤다고 한다. 그나마 *자씨와 소통할 수 있는 네가? 네 나이가 몇인데? 등등의 말을 삼키며, 루미씨는 무언가 잘 못되었음을 느낀다.
루미야. 나 너보고 그렇게 운 거, 네 이모부 죽고는 처음이야. 미국 와서 한 번도 안 울었어. 그럼 이모 속상하고 슬프면 어떻게 했어? 눈물이 안 나더라. 그래서 루미씨는 눈물이 났다.
*자씨가 행복해서 눈물이 안 나왔을까? 20살이 넘게 차이나는 미국 시골교회 목사와 만난 지 한두 달 만에 더 이상의 선택은 없다며, 네 아이와 미국으로 간 *자씨는 행복했을까? 차마 *자씨에게 물어보진 않았다. 그냥 아이들이 잘 커줬어. 공부도 운동도 잘하고. 자기들이 아르바이트하며 공부하느라 고생했지. 난 해준 게 없어, 그냥 살았지 뭐. 그렇게 살다가 목사님은 본처의 딸을 보호자로, *자씨는 네 아이를 보호자로 삼기로 하고 이혼 절차를 밟았다. 이모, 목사님과 헤어질 때도 안 울었어? 응. 나 미국 와서 한 번도 안 울었어. 너보고 처음 운 거야. 이모의 눈물샘은 도대체 어찌 된 거야. 내가 뭐라고, 왜 이제 왔냐고 그리 울어. 루미씨는 또 무언가를 삼켜야 했다.
*자씨의 사무치는 외로움과 루미씨의 이상한 외로움이 루미씨를 여기까지 오게 한 듯하다. 나이 예순에... 그래서인지 루미씨는 이번 여행이 오래전부터 예정되었던 것처럼 느껴진다. 비록 *자씨의 외로움을 덜어주지는 못했지만…
이모. 잊었던 눈물샘으로 가는 길을 찾았으니, 하나님께 엉엉 울며 가세요. 이모를 위해 기도할게요. 루미씨는 차창에 기대어 눈을 감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