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일 Amtrack Roomette 14

Portland

by Rumi


이 나라는 쓰레기 분리수거도 거의 안 한채 몽땅 담아 다른 나라에 버리고, 공장도 거의 없고, 군수물자로 막대한 수익을 거두면서도 다른 나라에서만 전쟁을 일으키니 공기는 깨끗하기 그지없다. 사촌은 이렇게 말했다. 미세먼지가 뭐야?


시카고에서 Amtrak을 탄 월요일부터 수요일인 오늘까지 샤워는커녕 옷을 갈아입지 못했어도, 호텔을 나설 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 물론 팬티가 문제 이긴 한데, 그럭저럭 물티슈로 정리했다. 고양이 세수를 하고, 양치도 하루에 한두 번은 하며, 3일에 걸쳐 Portland에 도착했다. 3시간 후 샌프란시스코행 Amtrak으로 환승하니 시간여유가 있다. 거리감도 좀 덜었고, 불분명한 상황들이 정리되며 안정되니 이 참에 전화 한번 걸어봐야지. 응 나야. 헉헉. 날이 덥다는데 일해? 아니 하똘이 산책시켜. 오케이. 밥 잘 먹고 있어? 그려. 난 잘 다니고 있어. 여기 미국 땅이 너무 비옥해. 그러니 세계를 호령하지. 그러게 잘 지내셔.


여기도 기차역이 이리 멋질 일이군. 소박하지만 고급스러운 천장 문양이 예쁘다. 벽은 온통 대리석이다. 작아도 기품 있는 기차역이다. 스시집을 찾아 점심을 먹고 시내를 한 바퀴 돌아도 시간이 남아 박물관을 검색하니, 역 바로 옆에 있단다. 앗 싸. 회벽의 멋진 건물이다. 이것도 르네상스 풍인 듯, 시카고 유니언 스테이션을 떠올리게 한다. 안내 데스크에서 뭐라고 했는데, 나야 살짝 알아듣고 건물 돌아다니다 스스로 파악한 거지만, 이곳은 박물관과 Art-School이 함께 있는 건물이다. 현대적인 작품이 전시되어 있고, 전시를 자주 바꾸는 듯, 전시도 가볍게 되어있다. 아마 학생들 작품도 수시로 전시를 하는 듯하다. 2, 3층은 학교로 연구실, 강의실, 작업실, 서로 마주치는 홀 그리고 유리벽으로 된 큰 도서관이 자리하고 있다. 이러니 시골이라도 미국으로 유학을 보내겠구나 싶다. 시카고에도 예술학교가 다양한 쇼핑몰, 카지노, 호텔이 즐비한 다운타운 한복판에 있었고, 심지어 그들이 멋지게 어울렸다.


Portland에서 '14'이란 티켓을 받고, 샌프란시스코행 Amtrak에 올랐다. 와우. 살았다. 나만의 작은 공간이 나를 전율케 한다. 가로 200cm – 세로 150cm 정도나 될까? 2개의 마주 보는 기차 의자 등받이를 위에서 누르면 등받이가 의자의 매트와 같은 높이로 평평하게 내려오며 일자형이 된다. 맞은 편의 의자도 같은 방법으로 해서 매트 2개와 등받이 2개가 나란히 놓인 침대가 되는 것이다. 창문 위로 벽에 매달린 열었다 닫았다 하는 선반이 있는데, 여기엔 간이침대매트와 2장의 담요가 있다. 이 선반을 아래로 내리면 철컥 걸쇠에 걸리는 소리가 나며, ㄴ 자의 2층 침대가 된다. 창문을 사이에 두고 의자를 이용한 1층 침대와 선반을 이용한 2층 침대가 반 평이 조금 넘는 공간에 있다. 새 베갯잇을 씌워둔 베개 2개는 의자로 세팅된 자리에 놓여 있다.


드디어 길지 않은 다리를 쭈욱 뻗고 누웠다. 이젠 온전히 누워서 하늘을 볼 수 있겠군. 아름다운 미국의 하늘과 14번 방. 이거면 됐다. 이제부터 나는 미국의 북서에서 남서쪽으로 향하는 Amtrack Roomette 14에서 하룻밤을 보낼 것이다.


바로 옆 칸과 앞칸에 사람이 있어도 문을 닫으니, 기차 소리만 규칙적으로 들린다. 호텔 방처럼 불을 하나 켜 놓을까 하다가, 밖에서 간간이 들어오는 불빛과 달빛에 불을 끄고 커튼을 활짝 열고 밤하늘을 보며 눕는다. 낮의 기차 울림보다 밤이 되니, 게다가 등을 온전히 대고 누우니 기차의 울림이 적당히 간지럽다. 나는 요람에 누운 아기처럼 기차 리듬에 몸과 마음을 맡기고 하늘을 보며 잠이 들었다, 깨기를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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