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ntor Museum
계획대로라면 Emeryville에서 버스로 환승해서 샌프란시스코까지 가야 하지만, 마침 친구 딸이 Emeryville로 마중을 온다고 하여 버스 타는 번거로움을 줄이게 되었다. 친구는 전화로 "루미야. 요즘 샌 프란시스코가 이상해졌어. 홈리스도 많고 지저분하고 말이야." 그렇게 루미씨는 1막은 이모, 2 막은 시카고와 Amtrack에 이은 3막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고등학교 때야 붙어 다니다시피 했지만, 各自圖生하느라 간간이 만나 수다 떠는 게 다였지, 예순 살이 되어 이렇게 2주간이나 붙어 있게 될 줄이야... 델마와 루이스 & 피터팬?
Emeryville 에는 친구 딸네 부부가 이른 아침부터 마중 나왔다. 친구 딸과 사위 모두 한국말을 잘한다. 버클리를 함께 다녔다고 한다. 사위는 오늘 일을 오후에 시작하고, 친구 딸은 온라인으로 매니저일을 해야 해서 루미씨는 오전에는 사위와 버클리대학교를, 오후에는 멋진 팔로알토를 쏘 다녔다. "어머니 여기로 쭈욱 걸어가시면 스탠퍼드 대학교가 나옵니다. 산책 겸 다녀오세요." 오.... 나야 땡큐지.
루미야 되도록 골목으로 들어가지 말자. 지난번 큰 사촌네 반려견 말로와 산책하다가 골목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미국의 비슷비슷한 집들 사이에서 헤맸었다. 평소 산책을 하지 않다가, 나와서 너무 좋은 말로는 가는 길은 앞장서서 가며 여기저기 영역표시를 하더니, 오는 길엔 철퍼덕 누워버렸다. 이 시키가. 8살이나 된 말로를 청년 하똘이 취급할 수는 없는 일. 루미씨는 말로를 안고 집들 사이를 누볐다. 이 근방인데, 수영장과 테니스장이 있었어. 하지만 한번 꼬인 지도는 더욱 꼬여버렸고, 루미씨는 결국 사촌에게 전화를 걸어 겨우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러니 이번엔 그냥 쭈욱 가는 거야. 제발.
쭈욱 걸어가는 길만으로 힐링이다. 1년 내내 영하로 내려가지 않는 날씨 덕분에 우람하게 자란 나무들이 양옆으로 나란히 길을 잃지 않도록 늘어서 있고, 그 옆으로 각 캠퍼스 가는 길이 있다. 길 빼고는 역시 나무들이 울창하다. 여기가 대학이라고? 거대한 말목장이 지금의 스탠퍼드 대학교가 되었다니, 자칫 샛길로 빠지면 길을 잃겠군. 난 쭈욱 나아갔다. 대학 본관을 향해 가는데, 스탠퍼드 박물관 이정표가 나온다. 와우
이렇게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행운을 만난다.
삶도 이럴 텐데.....
대학 박물관이 이렇게 좋아도 되는 거지? 그리스신전을 연상케 하는 건축물과 내부의 돔 천창과 멋진 조명이 어우러진 박물관은 바로 Cantor Museum. 미술품 수집가 Cantor부부의 기증품인 여러 나라의 유물들이 세련되게 전시되어 있다. 우리나라 도자기도 몇 점 전시되어 있고, 이는 결국 누군가의 손을 타서 외국으로 팔려 간 보물들이리라. 그나마 우리나라 유물은 몇 점 되지 않아 흥분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중국, 일본, 인도네시아, 멕시코, 파푸아뉴기니 등 각국의 오래된 유물로 박물관은 꽉 차 있었다.
한 바퀴 돌아 이어진 건물로 내려오니, 앗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로댕 전시관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지옥의 문, 아담과 이브 그리고 까미유 끌로델. 로댕이 빚은 까미유 끌로델의 두상이 있다. 로댕도 그녀를 슬프게 느꼈나? 그녀는 슬프다. 이렇게 많은 로댕의 진품이 스탠퍼드 대학교 박물관에 있다고? 루미씨는 궁금증을 못 참고 데스크에 번역 앱을 이용하여 물어본다. 모두 로댕의 진품인가요? 몇 가지는 진품이고 나머지는 재 주조된 것이라는 답을 들었어도, 로댕전시관을 둘 정도의 박물관 스케일에 다시 한번 놀란다. 심지어 여기는 무료관람이라, 주변의 유치원에서도 견학을 오는 등 지역사회에 개방되어 있는 박물관이다. 루미씨의 스탠퍼드 대학교 둘러보기는 박물관 관람으로 마무리되었고, 생의 어느 날 스탠퍼드 대학교만 날 잡고 와도 충분히 멋진 시간이 될 수 있겠다는 아쉬움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