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계획
지금부터 A는 20년 전 초등학교 교사를 그만두고 미국으로 아이 셋을 데리고 온 친구, B는 현재 한국에서 초등학교 교사를 하는 친구 그리고 C는 루미씨다.
8월 3일(한국과는 시차가 커서 날이 뒤섞인다.) 에머리빌을 향해 내려가는 Amtrak Roomette 14에서 B의 톡을 받았다. 이제 공항으로 출발한다고... 그래 곧 만나자. 얼마 후 B는 인천공항에서 A가 연락이 안 되니, A딸의 연락처를 알려달란다. 뭔가 잘못되었군. 조금 후 연락을 받은 A는 "B! 너 이번 우리 여행 망치기만 해."라며 엄포를 놓는다. C는 침대에 누워 피터팬처럼 가볍게 다니는 친구 B가 무언가 중요한 것을 놓쳤고, 이는 입국과 관련된 것 즉 비자라는 것을 눈치채지만 C가 할 수 있는 일은 없고 혼잣말은 할 수 있으니, '그래 B야 이 참에 잃어버린. 그림자를 찾아 꿰매야겠지? '라고 웅얼거린다.
그렇게 B는 나름의 소동을 한바탕 치르고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A는 B를 LAX 공항에서 픽업해서 산호세에 있는 호텔로 왔고, C는 A의 딸 부부와 여기저기를 다니며 놀다, 저녁때쯤 A와 B를 만났다. C는 호텔 체크인을 하자마자, 앉은 자세를 2박 3일 유지한 덕분에 생긴 엉덩이의 땀띠를 차가운 물로 완화하는 작업을 먼저 해야 했다.
누구보다 안전한 친구들을 만나니, 이제 혼자서 헤매고 다닐 일은 없겠다는 안정감이 느껴진다. 하지만 하나를 주면 하나를 받아야 하는 삶의 원칙. 저녁은 무엇을 먹을까?를 합의해야 한다. C : 난 맥주만 있으면 돼. B : 아까 오다가 보니, 무슨 치킨이 있던데 거기 가자. 나 꼭 그것을 먹고 싶거든. OK. 하지만 이상하기 그지없게, 이곳의 치킨 판매점엔 맥주가 없다. 저런... 시카고의 편의점에서도 술을 팔지 않아, 구글엡을 이용하여 발품을 팔아 찾아간 편의점에서 헛걸음질 쳤던 기억이 난다. 에이, 이건 상도에 어긋나지... (미국은 각 주마다 법이 달라, 어느 지역은 대마초가 불법이고 어디는 합법이듯이 술 판매도 저마다의 규정이 있다.)
C는 먹는 거에 유연한 척하더니, 맥주가 없다니 이곳에서 먹지 말자고 굳세게 주장한다. 이모와 3박 4일, 시카고에서 3박 4일 그리고 Amtrak에서 3박 4일을 지내고, 친구를 만난 기념으로 한 잔 안 할 수 없다. 는 C의 주장은 먹혀든다. A, B, C는 노을 지는 산호세의 거리를 어슬렁어슬렁 걸어, 건너편의 베트남 쌀국숫집으로 들어가서 A, B, C 모두 만족한 저녁식사를 했다.
미국은 물가가 비싸지만, 마트에서 구입하는 생필품의 가격은 저렴하다. 고기와 유제품은 물론이고 특히 과일가격이 저렴하고 종류도 다양해서, 과일을 좋아하는 B는 오는 길에 들른 마트에서 과일을 한 아름 샀다. A, B, C가 만난 첫날을 기념하기 위해 치얼스... 그리곤 A는 이번 여행에 대해 B와 C에게 유인물까지 나눠주며 다음과 같이 브리핑하였다.
B가 비자 문제로 공항에서 동동거릴 때, A가 엄포를 놓았던 말미가 생각난다. 아마 ( "B! 너 이번 우리 여행 망치기만 해.") 죽어! 였지 않았을까? 저렇게 계획을 세우고 예약을 하고 텐트 등 물품도 사놓고 중간중간에 주변 지인들의 스폰도 받는 등의 준비를 한 A로서는 충분히 할 수 있는 발언이다. C는 브리핑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설마 저 일정이 현실이 될 줄은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