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마와 루이스?
오늘은 C가 운전하는 날^^ 드디어 국제운전면허증이 빛을 보는 날이다. 아침 8시 산호세 호텔에서 요세미티를 향해 출발했다. A가 조수석에서 핸드폰 네비를 봐줬어도 중간에 두 번 정도 샛길로 새기도 했지만, 요세미티 국립공원에 잘 도착했다. 요세미티 트레킹을 하고 준비해 온 점심도시락을 먹고 계곡에 몸을 담그기도 하며 놀다, 숙소에 도착한 6시 무렵까지 운전을 했다.
C는 미국에서 운전하는 상상으로 델마와 루이스의 드라이브를 떠 올리곤 했다. 영화보다는 주변에 차가 좀 많고 브래드 피트가 등장하진 않았지만... 드넓은 사막과 초원이 번갈아 펼쳐지고, A, B, C는 평원을 가로질러 시에라 네바다 산맥을 향해 달린다. 운전실력이야 이 정도의 시골길은 갈만하고, 무엇보다 평원을 가로지르며 달리는 델마와 루이스를 생각하며 이 길의 끝에 낭떠러지가 있으려나 싶어 A와 눈을 마주쳐 본다. 델마와 루이스처럼. 그렇게 달렸다.
미국은 잠깐 가는 길이 1시간, 보통은 2~3시간, 5시간 이상은 걸려야 많은 시간이라고 여길 정도로 넓은 나라다. 그런 비옥하고 넓은 나라를 달리며, 이 비옥한 넓은 땅과 맑은 하늘이 부럽다.
요세미티는 이 땅의 원주민인 인디언들이 말을 타고 다니며 누볐던 곳이다. 절벽을 오르내리며 곰과 대치하고, 새들처럼 신호를 보내던 곳 말이다. 굽이굽이 절벽에 놓인 도로 위를 달리며, C는 조정래의 책, 태백산맥을 생각한다. 우리나라 태백산맥이 요세미티의 반의 반만 되었어도, 빨치산이 그리 맥없이 무너지지는 않았을 것을... 그래서 마오쩌뚱의 대장정(소설 대장정)은 성공할 수 있었지... C는 요세미티 곳곳에 뭐가 있고, 뭐가 유명한지 보다는 온갖 잡다한 C 안의 협소한 서사의 골짜기를 마주한다.(아, 한 달 놀다 돌아오니, 시국이 달라졌다. 뭐! 빨치산, 마오쩌뚱? 이 대목을 빼야 하나, C의 생에 다시 이런 시간이 올 줄이야...) 그 사이 A, B, C의 거처가 될 야영지에 도착한다.
늘 사람 좋은 웃음으로 힘들 법한 시간을 털어내던 A는, C가 아는 그런 A가 아니었다. C야, 난 프로젝트를 맡으면 좀 달라져. 그러더니 이번 여행 프로젝트에서 그 진가를 발휘한다. 그 넓은 캘리포니아의 시에라 – 네바다 산맥의 핫플레이스를 중심으로 동선을 짜고, 비용을 최소화며 다닐 수 있도록 촘촘히 준비해 놓았다. 또 한 친구인 B는 긴 시간 걸스카우트를 인솔한 경험이 있어서인지 야영장 텐트 치기, 나무 구해와서 불 피우기 등의 재주와 이것저것 준비해 온 재료를 동원해서 얼렁 뚝딱 요리하기의 신박한 솜씨를 발휘한다.
그러면 C는? 친구의 사위가 마련해 준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는 우리나라 가요와 팝송 USB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웬만하면 따라 부르고, 누가 부른 건지? 그래서 이 사람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등등 가십거리를 졸리지 않게 풀어낸다. C가 이렇게 연예인들에게 관심이 많았나? 스스로도 놀랐다. 공부한다는 핑계로 라디오를 밤새 들었던, 혹은 어쩌면 연예인들처럼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화려하게 살고 싶었던 바람을 차곡차곡 저장고에 채웠고, 예순이 되어 델마와 루이스를 흉내 내며 돌아다니는 지금 저장고문이 열린 듯하다. C야, 너 어떻게 그걸 다 알아? 나도 몰라. 그냥 알고 있네. 웃어야 할지, 쪽 팔려야 할지...
오늘 일정의 마지막으로 A, B, C는 저만치에 있는 공동 화장실을 다녀와, 화롯불도 끄고 텐트로 들어간다. 바닥 매트도 침낭도 살뜰히 챙겨 온 A 덕분에 텐트 안은 꽤 안온하다. 곰이 텐트를 툭툭 치더라도 괜찮을 만큼 말이다. C는 집과는 결이 다른 안전과 안정감이 요세미티 텐트 안에 있음을 느끼며 잠든다.
< 요세미티 야영장과 A, B, C의 텐트. 왼쪽 철제 캐비닛은 야생곰의 관심을 끄는 물품 - 음식, 화장품 등 후각을 자극하는 것들 - 을 밤에 넣어 두는 용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