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Center – Museum
미국살이 20년 차인 A는 「폴 게리」라며 미국식 발음을 고수하고, B와 C는 그래도 ‘t’인데, 「게티」라며 미국식의 ‘ㄹ’로 굴리는 발음에 반기를 든다. 이렇게 마구 굴려버리니, 더 알아들을 수 없는 게 미국식 영어다. 그렇게 A, B, C는 캘리포니아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다는 Getty Center – Museum으로 갔다.
석유재벌이었다는 Paul Getty는 주로 경매로 사들인 그림, 조각, 가구, 스테인드 글라스 등 다양하고 많은 작품들을 Getty Center를 세워 전시하고자 했고, 그의 Center는 Museum뿐만 아니라 정원을 중심으로 고대 유물이 전시된 빌리지 등의 구역으로 나뉘어 사람들에게 개방되고 있다. 그는 자신의 Center를 짓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고, 4년여의 공사 끝에 Paul Getty 사후 2년이 지나서 완공되었다고 한다. Paul Getty는 유언으로 자신의 Center를 무료로 개방할 것을 당부하였다고 하니, C가 생각할 땐 미국에서도 꽤 괜찮은 부자 중 하나다.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괜찮은 부자가 있긴 하지만, 요즘 내노라하는 재벌들이 재산 은닉의 수단 중 하나로 미술품을 사들이는 행태와는 격과 차원이 다르고, 모지리 같은 자식들에게 연연하는 우리나라 기업인들과는 마인드 자체가 다르다. 하기사 교회 세습도 부끄러워하지 않으니, 바랄 게 뭐가 있을까 마는....
Getty Center는 전 구역이 무료다. 주차비 17$을 내긴 해도, 이 정도는 Paul Getty가 Nobleness oblige를 행한 부자라는 명성에 대해 전혀 반기를 들고 싶지 않은 금액이다. 4명이든 10명이든 차 하나를 갖고 오면 한 대의 주차비만 내면 되고, Center를 다니다 보면 주차비가 두 배가 되어도 아깝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주차를 하고 일정 간격으로 오는 트램을 타고 UCLA 등 LA지역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언덕까지 올라가면, 동-서-남-북에 각각의 전시관 건물이 있고 이들은 서로 독립적이면서도 연결되어 있다.
C가 그동안 미국에서 방문한 박물관의 경우 각 방마다 기증자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으니, 이는 여러 명의 기증자들이 한 박물관을 이룬 것이었다. 반면 Getty Center – Museum은 모두 Paul Getty가 생전에 모은 것으로 이루어진 박물관이다. 박물관의 멋진 건축물과 규모 그리고 다양한 장르의 작품과 수에 놀란다.
여기서 C를 활짝 웃게 한 작품은 Rembrant Laughing. 평소에 C가 알고 있는 Rembrant(1606-1669)는 어둡고 강렬한 초상화와 자화상으로 각인되어 있던 바, Rembrant가 이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사랑에 빠질 수 있을 만큼 사랑스럽다. 만큼? 이미 사랑에 빠진 지도.... 고흐의 아이리스도 한 점 있고, 마네, 모네, 세잔느, 고야, 루벤스, 르느와르, 밀레 그리고 로댕과 자코메티의 조각까지.... 그리고 내가 모르는 여러 멋진 작가들의 작품이 많았지만, 오늘 Getty Center – Museum의 으뜸은 단연 Rembrant Laughing이다.
C가 볼 때 Rembrant는 당시의 작가들과 달리 어둠을 중앙으로 가져온 화가다. 물론 생애에 걸쳐 변화가 있긴 하지만, Rembrant의 그림 중 내가 좋아하는 그림들은 그러한 배치가 오히려 빛과 어우러진 어두움으로, 실루엣이 살아있는 어두움을 만들어 냈다. 빛과 어두움의 절묘한 조화, 어두움이 그냥 어두움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 빛의 화가 Rembrant의 천진난만한 활짝 웃는 자화상이라니... 아, 사랑스러움으로 가득하다.
그나저나 A와 B는 어디 있지? 취향이 다르니 각자 다니다 만나기로 한 약속을 어기며, 카톡을 보낸다. 여기 E관의 몇 번 방이야. 여기로 와 봐... 정말 멋진 작품이 있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