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힙으로 보는 절경
8월 3일 친구들과 만나 캘리포니아 와이너리와 샌프란시스코 주변을 다녔고, 8월 7일 Yosemite 국립공원을 거쳐, 9일엔 Kings Canyon을 다녀왔다. A의 집에서 주말을 보낸 후, 14일부터 16일까지는 Grand, Bryce & Zion Canyon을 돌았다.
요세미티의 경우 계곡이 흐르는 아래에서 시작하여 위로 올라가는 여정이라면, 나머지 Canyon들은 위에서 아래로 협곡을 내려가는 여정이다. 각각의 여정마다 독특한 절경을 이루고 있는 것을 보며, 취향이 다른 신들의 작품임을 느낀다.
루미씨는 시카고 밀레니엄 파크 주변을 다니며 느낀 점을 이곳 캘리포니아의 협곡과 절벽에서도 느낀다. 미시간 호는 빙하가 녹은 물로 이루어진 호수로, 검푸른 물결이 찰랑거리며 간척사업으로 쌓은 둑 계단을 넘나 든다. 이게 호수라고? 바다 같은데? 엄밀히 따지면 호수지만, 수평선이 보이는 규모나 파도는 바다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그렇게 방파제를 넘실대는 파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자유로이 방파제 계단을 뛰어다니고, 물가를 산책한다. 어머 위험한데. 왜 안전장치가 없지? 루미씨에겐 한국에서는 과하다 싶은 안전장치가 없는 게 낯설면서도 한편으론, 시야가 탁 트인 자연스러운 경관이 더 아름답게 다가왔다.
캘리포니아의 Yosemite, Kings, Grand, Bryce & Zion Canyon 역시 절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중요한 스폿(사람들이 모여듦)을 제외하고는 안전장치가 거의 없다. 떨어지고자 마음만 먹는다면, 무지개다리를 한 번에 건널 만큼 깊은 협곡이 산재해 있다. 그렇다면 신들이 빚은 대자연에 안전장치를 빙 두르고, 여기저기 통제해서 관광객의 안전을 도모해야 할 것인가?
미국은 다른 선택을 한 듯하다. 안전은 너의 책임이야. 그럼 아이들은? 그건 어른, 부모의 책임이지. 그렇게 보니, 미국은 대부분의 공공장소나 쇼핑몰 심지어 화장실 출입문도 매우 묵직하다. 힘을 세게 주어 열어야 한다. 손가락 끼임을 방지하기 위해 파 놓은 공간도 없다. 루미씨처럼 어린이집 교사를 한 사람이면, 이런 문에 아이들 손이 끼면 어떡하지? 하며 걱정을 하는 직업병이 도지지만, 그동안 돌아다닌 공공장소 어디서도 사고를 보지는 못했다. 공공장소에서 아이들은 늘 어른들과 함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지키기 때문이다.
그렇게 미국의 국립공원, 캐니언 등엔 잡다한 안전장치는 없지만 해발 1,000 M 높이에 뭐가 있느냐 하면, 아스콘 포장이 곱게 깔린 길이 있다. 어머 이렇게 높은 곳에 포장을 해 놓았네, 자전거 도로인가? A는 아니, 장애인 휠체어와 유모차 길이야.
그러고 보니 미국은 어디를 가나 휠체어를 탄 사람들이 많이 있다. 박물관, 기차역, 마트에도 이들을 위한 전용 휠체어 카트가 있어 차에서 내리면 바로 이용할 수 있다. 물론 꼬불꼬불 절벽을 오르는 국립공원의 버스도 휠체어로 탈 수 있는 저상버스고 그들의 자리가 있다.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이 한국엔 지체장애인이 별로 없는 듯하다고 한, 웃픈 에피소드를 그랜드 캐년에서 떠올린다.
미국은 다양한 사람들이 높고 먼 곳을 갈 수 있도록 기반 장치를 하는 것을 국가의 임무로 여기고, 안전은 스스로 지킨다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었다. 이것저것 박고, 걸고, 막고, 장식하는 등의 환경파괴는 최소화하며 생태계를 보전하려 한다. 그래서 어디를 가나 케이블카가 없다.
짧고 편한 길보다는 갈 수 있을 만큼 가자!
그리고 함께 가자!라고 선언한 듯…
그래서 예순 살 루미씨는 다리가 후들거려 아래를 내려다보기 힘들면 이렇게 보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