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7일 Native speaker

*자씨를 이해하는 시간

by Rumi


나는 이모와 더 있을 수 있어. 31일 Amtrak을 타기 전까지 시간이 있어. 몇 번 의견을 냈지만, 사촌은 목요일, 그러니까 오늘까지로 루미씨와 이모의 일정을 마무리하는 것으로 알렸다.


사실 루미씨가. 그리 인정 많고 노인을 사랑하는, 더군다나 *자씨를 그리 좋아하는 것도 아니었다. 겸사겸사 오게 되었고, 사실은 시카고에서의 방황을 *자씨와 있는 안정감으로 대체하려고 했던 바도 있다. 여러 명과 일정을 맞춰 다니는 여행의 불편함을 거부하는 만큼, 낯선 곳에서의 외로움과 두려움 또한 마주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늘 있기 때문이다. 이때, 외부로부터 약간의 당김이 있으면 외로움과 두려움으로 나아가는 문을 닫을 수 있는 스스로의 명분이 생기므로, 한편으로는 늘 루미씨의 무모한 결정들을 밀어낼 당김을 기대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역시 괜찮은 결정이었다는 것은, *자씨와 사흘을 지나고 나니 느껴졌다. 그래 이 정도면 된 거야. 자신의 한계치를 알지 못하고 선을 넘으려는 루미씨의 뒷덜미를 잡은 사촌에게 고맙다.


언니, *영이네서 기차로 시카고 여행 다녀, *영이네 아이들도 대학 다녀서 집에 없고, 집도 엄청 커. 아침, 저녁으로 Joe(*영의 남편)가 기차역까지 데려다주고 데리러 올 거야.라는 매혹적인 당김의 끈은 루미씨가 끊었다. 너무 비싸서 열심히 검색만 하던 시카고 호텔을 3박 4일, 환불불가로 예약했다. 그래 돌아갈 다리를 끊어야 해.


*미야, 이제 마지막이지. 난 얼마 안 남았어. 이모 하나님이 부를 때까지 이렇게 예쁘게 지내셔요. 그리고 기도 하셔요. 오늘은 핑크로 깔 맞춤한 이모가 참 예쁘다. 그런 이모를 마음에 담고 Maggie's House를 나섰다.

큰 사촌은 다리를 질질 끌며 다니는 15살 반려견 미아와 루미씨를 태우고, *영이, 그러니까 둘째 네로 출발했다. 비슷한 집과 길을 2시간 반 달린다. 이 길은 매끈한 포장도로라는 것 빼고는 몽골의, 끝없는 길 같다. 주변의 너른 풀밭과 풀밭 가운데 집이 있고 한 참 후에 마을이 있고, 아름다운 하늘과 쭉 뻗은 도로 그리고 멋진 하늘까지...


미국은 정말 실용적인 나라다. 외관은 실용 그 자체로 거의 비슷하다. 정원은 대부분이 잔디고 조금 있는 꽃은 손이 안 가고 잘 자라기로 유명한 패츄니아다. 각 집마다 정원이라 할 것도 없이 화분 몇 개가 있는 정도고, 거리에도 정원을 가꾸지 않는다. 유럽의 가정집들과 거리가 정원에 공들여 그 자체가 도시의 경관이 되는 것에 비하면, 미국은 가정이나 국가나 실용이 우선이다. 깔끔하게 깎인 잔디와 풍성한 나무만으로도 안정감을 준다. 하지만 집 안은 전반적 시스템 그러니까 에어컨이나 건식 화장실, 바닥의 카펫 등 몇 가지 공식을 제외하고는 개인의 취향을 맘껏, 고급스럽게 담았다. 참 우리나라와 이렇게 다르다니....


그렇게 도착한 *영네는 2대의 차고가 딸린 3층 집이다. 하지만 한마디도 한국말을 못 하는 사촌은 루미씨에게. 그저 미국인일 따름이다. 큰 사촌과 있을 때 느껴졌던 안정감은 없고, 배낭을 보더니 Only One? Amazing! 이라며 눈을 크게 뜨는, 빠른 말의 미국인이 두 명 있을 뿐이다. 큰 사촌은 오늘 루미씨를 여기 두고 떠날 것이고, 루미씨는 피부색이 비슷한 미국인 집에 하루를 머물러야 한다. 뭐가 다르지? 그래도 우리가 한 때 신나게 놀았던 시간이 있었다는 것, 그게 무슨 의미가 있지? 아주 조금은 알아듣는다고 하는데, 그 조금마저 말이 아니라 표정을 읽는 듯하다.


12살에 미국으로 간 아이가 완벽한 Native speaker가 됐다. 엄마와도 말이 안 통하는 본토박이 영어를 하는 사촌. 40여 년 동안 한국을 한 번도 다녀가지 않았고, 언니처럼 LA의 큰 집에도 가지 않고, 뉴욕 등 한국인이 있는 도시에서 생활하지도 않은 둘째 사촌은 그저 낯익은 미국사람이다. 큰 사촌은 차를 타고 오는 동안 말했다. 우리가 여기 올 때 한국 사람이 없어서, 영어를 잘 배웠다고. 그래서 Native speaker가 될 수 있었다고... 좀 혼란스럽다. 제일 총명한 아이였는데..... 이걸 역경을 딛고 완벽한 미국인이 되어 잘 산다고 해야 하나? 그냥 살다 보니, 그리되었다고 해야 하나? 큰 사촌을 보내고 그들과 내일 기차역까지 가는 스케줄을 상의하며, 조커처럼 입꼬리를 양쪽으로 당기고 혼란스러운 눈망울을 굴리는 루미씨. *자씨를, 노인을 이해하는 시간이다.


이 또한 참 자기중심적인 루미씨. 미국에선 당근 미국말을 써야지, 뭘 그리 자기 합리화를 하는지… 마음이 널 뛰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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