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친 x들의 미친 연기
지인에게 영화를 보자고 했더니, ‘저는 겁(怯)이 많아서 무서운 영화 못 봐요 ‘라고 한다. 사실 나도 마찬가지다. 혼자만의 여행을 즐기면서도 여행지 숙소의 불이란 불은 다 켜놓아야 겨우 잠을 자니 말이다. 귀신은 환한 것을 안 좋아한다는 설(說)이 내면화된 행동이리라. 하지만 구마(驅魔, Exorcism) 의식을 다룬 영화는 찾아서 보는 편으로, 영(靈)에 대한 궁금증이 무섬증을 눌렀기 때문이다.
해방수녀회 소속 유니아는 악령이 든 희준의 구마를 자청한다. 왜 그런 일을 하려 하나요? 그때마다 유니아는 이렇게 말한다. 희준(사람)이를 살려야죠. 사람을 살리는 데 무슨 조건과 이유가 있을까마는, 세상은 조건과 이유 즉 명분을 따진다. 유니아 수녀는 서품을 받지 못해서 구마의식을 할 조건이 안 되고, 과학기술이 하늘을 찌를 듯 발전한 현대사회에서 구마는 쇠락한 종교의식이라는 이유다.
희준을 살리기 위해 유니아는 무당이 된 친구를 찾아갔지만 실패하고, 주교를 통해 강력한 구마력을 가진 장미십자회에서 보관하는 제의 물품을 요청한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판단한 유니아는 주변에 인가가 없는 한적한 곳을 골라 희준을 옮기고 구마의식을 진행한다. 이름만 알면 돼. 네 이름이 뭐냐? 악령은 이름을 말하지 않고 저항한다. 나는 아이들을 죽이려고 왔다. 너희 더러운 자궁이 낳은 아이들 말이야.
유니아는 영화 내내 표정의 변화가 별로 없다. 미소나 화도 순간이동을 할 뿐이다. 악령과 맞닿뜨려 몸싸움이 일어나도 표정은 그저 담담하다. 희준에게 쫓겨 난 악령은 이미 자궁암 판정을 받은 유니아의 자궁에 흔적을 남긴다. 건물은 악령의 저주로 불이 나고, 유니아의 배는 점점 불러온다. 불러오는 배를 잡고 희준을 데리고 떠나라는 유니아에게 미카엘라는 울부짖는다.
'미친 x‘ 그리고 유니아는 생명을 살리기 위해 불길 속으로 들어간다. 빌어먹을 눈물 따위는 없다.
영화제목처럼, 남성의 역할은 더 흘릴 눈물도 없는 듯한결같은 표정의 유니아와 억눌러진 상처를 눈물로 쏟아내는 미카엘라를 거들뿐이다. 성령이든 악령이든 잉태가 가능한 몸은 여성이므로, 생명에 관해 여성의 원칙은 단 하나, 무조건 살린다는 것이리라.
2시간 내내 사이다 전개를 펼치며, 첫눈에 서로를 알아본 미친 x들의 미친 연기가 재미와 감동을 주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