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켜야 할 세계는?
- 문경민, 다산북스, 2023.
정윤옥 교사는 63년 生 토끼띠로 정년을 1년 앞둔 어느 날 주검으로 발견된다. 그렇게 60여 년 삶엔 ‘. ’(마침표)가 찍힌다.
이 책은 도서관 서가를 서성이다, 제목이 좋아서 읽게 되었다. 내가 ‘지켜야 할 세계’는 과연 무엇일까?라는 물음으로 다른 이의 세계도 알고 싶었다. 사실 읽는 내내 그만둘까? 했지만, 나는 다 읽어 냈다.
작가는 현직 초등교사로 2023년 서이초 교사 사망사건 등, 계속되는 교사들의 스러짐을 겪으며 많은 교사들이 「지켜야 할 세계」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음을 교사 정윤옥을 통해 이야기한다. 어떻게 야학 교사가 되고 전국교직원 노동조합 조합원이 되고 교실과 학생들을 지키는 삶을 살아가는지, 그리고 그들의 지켜야 할 세계가 어떻게 변하는지.
지호는 그녀의 두 살 아래 동생이다. 뇌병변으로 혼자서는 앉을 수도 밥을 먹을 수도 없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일을 하러 간 어머니를 대신해서 10살 윤옥은 지호를 보살펴야 했다. 어느 날 덩치 큰 남자가 찾아와 지호를 업고 갔다. '윤옥 옆에 주저앉은 엄마는 짐승처럼 흐느꼈다. (중략) 윤옥은 입술을 달싹거리며, 지호가 자기에게 한 말을 따라 했다 “누나, 안녕.”’(p70)
“정 선생님은 다른 사람을 부끄럽게 만드는 구석이 있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정 선생님을 좋아하지 않는 겁니다”(p155). 교사 정윤옥의 시간 중 많은 부분이, 선과 악 혹은 흑과 백의 구도라는 점은 책을 놓고 싶게 하는데 한몫했다. 차라리 버려진 지호를 향한 죄책감을 여러 지호들을 돌보는 것으로 승화한 어머니의 삶(엄마는 제주도에서 지호들과 함께 이 밤을 보내고 계실 터였다.)이나 뇌병변 장애가 있는 시영이를 위해 담임을 자처하는 등의 ‘지켜야 할 세계’를 중심으로 글을 이끌었다면 하는 개인적 바람을 갖는다.
어떤 작가든 자신이 의도하는 바를 글에 담는다. 하기사 나도 한동안 작가의 ‘의도’를 대놓고 드러낸 글에 '이게 바로 시대정신이지, 잊지 말아야지' 하면서 동조하던 적이 있었지만, 세월이 흘러 삶과 사고의 방식이 변해서일까, 아니면 인류가 어디론가 흘러가는 와중에 내가 먼지처럼 끼어 있는 걸까… 요즘 나는 책을 다 읽은 후, 독자가 뭐라 딱히 말하여질 수 없는 ‘아!’ 혹은 ‘읍!’이라는 탄성 그리고 되새김질로 책을 소화하게 되는 '의도'가 드러나지 않는 작품에 끌린다. 패션에서도 올드머니 룩 & 꾸안꾸 패션이 대세인 요즈음, 이렇게 사회문제와 연결된 의도가 드러나는 작품을 오랜만에 읽으니, 얼굴이 화끈 거린다.
2023년 13회 혼불문학상 수상작인 작품을 놓고 작가도 아닌 작가 지망생이 참 주제넘은 짓을 하고 있다. 이래서 사람들이 날 안 좋아하나 보다. 그래도 내겐 ‘지켜야 할 세계’가 있다. "할 말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