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영화 : ‘솔로몬과 시바의 여왕’>

by 성대진

2025년 현재 시점에서 봐도 감탄을 연발하는 1950년대 영화가 몇 개 있습니다. 찰턴 헤스턴의 인생작 ‘벤허’, 찰턴 헤스턴과 율 부린너의 연기 불꽃대결이 인상적인 ‘십계’, 그리고 율 부린너와 지나 롤로브리지다의 우월한 외모가 빛나는 ‘솔로몬과 시바의 여왕’ 등이 바로 그런 작품들입니다. 이 영화들은 1970년대에도 특선영화라는 이름으로 명절연휴에 마르고 닳도록 상영이 된 것은 물론 변두리 동시상영관에서까지도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화면으로 상영이 되었습니다. 1980년대까지 과거 영화관은 ‘개봉관’과 ‘동시상영관’의 구분이 뚜렷했습니다. 전자는 개봉이 시작되는 메이저영화관이고, 후자는 개봉관으로 재미(!)를 뽑았던 영화를 마이너영화관이 사들여서 동시에 상영했던 영화관입니다. 쑥스럽지만 저는 싼맛(!)으로 동시상영관을 애용했습니다. 아무튼 위 대작들은 ‘앵콜상영’이라는 말로 끊임이 없이 개봉관과 동시상영관 모두 재상영을 하였으며, 그때마다 구름관객을 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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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솔로몬과 시바의 여왕’을 TV에서 처음 봤습니다. 당시에 ‘대머리 배우’로 알려진 율 부린너가 ‘보통머리(!)’로 출연해서 무척이나 신기했던 영화이기에, 특히나 그 기억이 새롭습니다. 그리고 ‘노틀담의 곱추’에서 엄청나게 예쁜 ‘개미허리 여배우’ 지나 롤로브리지다가 ‘시바의 여왕’으로 분해서 인상이 깊었습니다. 그 시절 악동들은 ‘시바’가 마치 욕설처럼 들리기에 ‘시바의 여왕’의 발음을 비틀어서 낄낄거리면서 장난을 꽤나 쳤습니다. 아무튼 지나 롤로브리지다를 보면 그 신기한 미모에 넋을 잃어서 하염없이 쳐다만 봤습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저렇게 예쁜 서양여자는 화장실도 안 가고 이슬만 먹고산다는 황당한 착각을 자연스레 하곤 했습니다.



그 시절에는 ‘이목구비가 뚜렷하다’는 말을 상투적으로 우월한 미녀에게 하곤 했는데, 엄청나게 오래된 옛날 영화 속의 지나 롤로브리지다의 얼굴을 지금 보더라도 확실히 이목구비가 뚜렷한 미녀가 맞습니다. 그리고 율 부린너와 마찬가지로 카리스마가 넘치는 강렬한 인상이 주연 외에 조연으로는 쓸 수 없는 발군의 미녀라는 사실을 재확인합니다. 슬프게도 배우들은 동등하지 않으며 주연급과 조연급으로 나뉩니다. 인상이 강렬하고 매력이 뿜뿜하는 배우는 조연으로 쓰기 어렵습니다. 주연이 죽기 때문입니다. 가령, 장동건이나 조인성을 조연으로 쓴다면 주연배우는 빛을 잃기 마련입니다. 조연으로 캐스팅한 배우들의 아우라가 화면에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100년이 넘는 할리우드에서 아무리 돈을 많이 주더라도 주연 역할에는 반드시 주연급 배우를 쓰는 것은 다 이유가 있습니다. 율 부린너나 지나 롤로브리지다는 영화 인생의 대부분을 주연급으로만 활동한 것은 물론입니다.



예전에 ‘스타워즈’를 만든 조지 루카스 감독이 SF영화의 신기원을 이룬 스타워즈의 제작의 실제를 보여줬을 때, 영화에서는 그렇게나 장엄했던 우주선 등의 실체인 미니어춰를 보면서 무척이나 당황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CG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할리우드에서는 이제 미니어춰 제작사 자체가 거의 사라졌습니다. ‘솔로몬과 시바의 여왕’을 찍던 시대에는 모든 것이 수작업이었습니다. 미니어춰를 이용하여 셋트를 만들고, 엑스트라에게도 일일이 의상을 제작하는 등 손품은 물론 그 비용도 엄청났습니다. 그 시절에는 요즘처럼 ‘블록버스터’라는 말을 쓰지 않고 ‘대작’이라는 말을 흔히 썼습니다. 당연하게도 대작의 기준은 엄청난 숫자의 엑스트라입니다. 아무리 셋트가 훌륭해도 엑스트라라는 사람만큼 훌륭한 셋트는 없습니다. CG로 엑스트라나 셋트를 구현하는 것과 느낌 자체가 많이 다릅니다. ‘매트릭스’에서 CG로 구현한 엑스트라는 뭔가 공허하지만, 그 시절의 엑스트라는 생동감이 넘칩니다.



성경 속의 이야기지만, 교과서에서도 등장했던 솔로몬 왕의 고사를 영화에서 실제로 보던 순간의 미묘한 재미도 인상적이었지만, ‘솔로몬과 시바의 여왕’에 담긴 재미의 끝판왕은 단연 군사들이 벌이는 전쟁씬입니다. 거울로 변신한 방패로 적군을 함정에 몰아넣는 장면은 단연 그 시절 대작영화만이 누렸던 특권입니다. 비로 그 시절 흑백TV시절의 한계 때문에 온전한 감상은 못했지만, 말을 타고 돌격하는 군사들의 위용은 생생한 감동을 주었습니다. 그 군사들은 모두 엑스트라였습니다. 촬영기간은 보통 수개월 이상이 소요됩니다. 그 많은 인원의 의상과 식비, 그리고 일당 등을 생각하면 그 시절의 아날로그 영화에 대한 경외심이 저절로 생깁니다. ‘솔로몬과 시바의 여왕’은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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